[54화] 지쳐간다는 것, 그리고 조금씩 알게 되는 것

내 이름으로 충성한 D+210

by 퇴근 후 작가

몸이 지쳐 있다. 지금까지 어떻게 버텨왔는지 신기할 정도다. 매일 반복되는 훈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작업, 사람 사이의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다 보니 어느새 몸의 경고가 찾아왔다. 며칠 전, 잠을 자다가 식은땀을 흘렸다. 2~3주 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아픈 몸으로 뒤척이다가 땀으로 베개와 이불을 적셨고, 그 장면을 선임들이 봤다. 그때의 그 불편함은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아픔을 들킨 것도, 나 자신이 약해지는 것을 확인한 것도, 몹시 괴로웠다.


힘든 몸을 감추고 평소처럼 행동하려 애쓰지만, 그조차 점점 버겁다. 선임들에게 괜찮은 척해야 하고, 내 자신에게도 괜찮다고 반복해서 말해야 하는 하루. 그런데 그 안에서 차오르는 무기력함과 체력적 한계는 숨기기 어려운 신호로 다가온다. 어제는 전차에 오르다 무릎을 세게 부딪혔다. 다행히 겉으론 티 나지 않았지만, 아직도 욱신거린다. 군대에 와서 생긴 이런저런 자잘한 상처들이 하나둘 늘어간다. 전에는 작은 통증도 바로 병원에 갔던 내가, 이제는 웬만한 통증은 그냥 참고 넘긴다. 그런 변화가 어색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중대 분위기는 요즘 좋지 않다. 그 안에서 나도 조금은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정작 내가 그럴 만큼 여유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임감이 생기는 순간, 그 무게에 내가 더 힘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뭐든 나 혼자 해결할 수는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내가 좀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마음을 짓누른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건 부모님과의 전화다. 요즘은 유난히 전화를 자주 드리게 된다. 통화를 마치고 나면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동안은 필요할 때만, 뭔가 요청할 일이 있을 때만 전화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초병 근무 중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철이 덜 든 아들이라는 걸. 부모님은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어디가 아픈지, 별일 없는지 늘 궁금하실 텐데, 나는 그것조차 잊고 살았다. 이제는 그런 식의 연락이 아니라, 부모님이 편안하실 수 있도록, 나 스스로도 안부를 먼저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작은 말 한마디라도 더 자주 건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오늘 하루도 육체적으로는 여전히 지치고, 정신적으로는 복잡한 날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나는 조금씩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 단순히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 아픈 몸을 무시하지 않고 들여다보는 것도 용기라는 것. 그리고, 내게 가장 큰 위로가 되는 건 멀리 있는 가족들의 마음이라는 걸. 이런 걸 하나하나 깨달아가는 게, 어쩌면 이 시간이 내게 주는 선물일지도 모른다.


✍️ 기억의 조각

버티는 것도 용기지만,
내 마음을 돌보는 일도 더 이상 미뤄선 안 되겠다고
오늘은, 조금 더 나를 안아주기로 했다.




❤️ 스물한 살, 그 낯설고도 선명했던 시간을

매주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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