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으로 충성한 D+227
이번 주는 정말 숨이 막히는 한 주였다. 특히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어진 111호 전차의 연료탱크 교체 작업은 내게 큰 부담이었다. 조종수인 내게 정비는 주임무는 아니지만, 전차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전차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움직이고, 함께 싸워야 하는 전우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전차의 고장을 두고만 볼 수는 없다. 조종수로서 내가 직접 손을 보게 되는 순간들이 생긴다. 이번 교체 작업은 생각보다 길고 힘들었다. 진득하게 기름냄새가 배어드는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익숙하지 않은 공구를 들고 엔진의 깊숙한 부분을 들여다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기름때가 손에 베일수록,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사실이 더 또렷해졌다.
전차를 단순히 운전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계의 구조를 모른 채 조종석에 앉는다는 건 어쩌면 무책임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교재을 펼치고, 전차 명칭과 작동 원리를 정리하며 주특기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있다. 이제는 속도나 기동만이 아니라, 이 복잡한 기계를 얼마나 이해하느냐가 내 역량을 좌우한다는 걸 실감한다.
처음 전차를 조종했을 때는, 단순히 이 거대한 쇳덩어리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조종과 정비가 이어져 있다는 걸, 내가 타는 전차를 책임진다는 게 단순히 조작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됐다. 그런 자각이 내 일상을 바꾼다. 땀으로, 기름으로, 책임으로 만들어지는 하루하루는 결코 가볍지 않다.
몸은 분명 지쳐 있다. 며칠째 피로가 쌓였고, 손목과 어깨, 허리가 묵직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날일수록 마음은 더 단단해진다. 체력과 정신력은 결국 서로를 지탱한다. 무겁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도 나는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믿음을 품는다.
✍️ 기억의 조각
지독한 기름냄새 속에서도
배움은 묵묵히 피어났다.
지쳐가는 몸 속에서도
의지는 또렷이 살아있었다.
❤️ 스물한 살, 그 낯설고도 선명했던 시간을
매주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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