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긴밤, 조용한 안도

내 이름으로 충성한 D+231

by 퇴근 후 작가

오랜만에 긴밤이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다. 초병 근무 없이 푹 잘 수 있는 밤. 이곳에서는 그 흔한 휴식조차 늘 제한된 조건 속에서 주어지기에, ‘긴밤’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반갑게 들릴 줄은 몰랐다. 긴장을 풀고 온전히 잠을 잘 수 있는 이 시간이 주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딘가 안도감이 들었다.


그런데도 몸은 여전히 무겁다. 아무리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눈을 떠도 개운하지 않다. 피곤함은 하루 이틀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는 듯, 뼛속 깊이 쌓여 있는 기분이다. 정신도 몽롱하고, 마음은 나른하다.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하는 것도 귀찮아졌다. 머릿속이 희미하게 멈춰 있는 듯하다. 심지어 ‘화장실 가서 몰래 잠시 10분만이라도 눈을 부치고 올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너무 지쳐서 PX에 다녀왔다. 오천 원어치 과자를 샀다. 다이제스티브, 나의 작은 위로. 천천히 입 안에서 녹여가며 씹었다. 단맛이 목 뒤로 넘어가는 그 순간, 어렴풋이 피로가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나름 괜찮은 날이다.


예전에는 수양록에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했고, 사소한 일에도 기록을 남기며 의미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여유조차 사치처럼 느껴진다. 그냥 푹 쉬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조용히,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 누워 있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제는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자꾸 든다. 휴가가 필요한 시기가 된 걸까. 바라는 건 거창한 게 아니다. 집 밥 한 끼, 거실의 편안함, 창밖으로 들어오는 오후 햇살. 그런 평범한 것들이 지금의 나에겐 가장 간절하다. 아직 휴가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버텨야 할 시간 속에서 마음은 이미 여러 번 집을 다녀왔다.


긴밤은 감사하다. 그 어느 때보다 조용히 나를 위로해 주는 밤이었다. 잠들기 전, 오늘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는 사실에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조금만 더 버티자고. 힘내자고.


✍️ 기억의 조각

이제는 생각조차 귀찮다. 그냥 쉬고 싶다.
단맛 하나에 위로받는 잠깐의 시간,
긴밤은 그렇게 조용히 나를 감쌌다.




❤️ 오늘 하루도 든든하게 우리를 지켜주고 계신 국군 장병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스물한 살, 그 낯설고도 선명했던 시간을 매주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글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닿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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