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트렌드가 보인다
2019년도 1/2이 훌쩍 지난 시점입니다. 추분을 지났으니 사실상 연말로 달려간다고 봐도 무방한데요 올해는 그 어느 때 보다 트렌드가 활발하게 시장을 관통하고 문화를 이끌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매년마다 트렌드 코리아에서 한 해를 이끌어 갈 트렌드를 발표하고 있는데요, 서점에서 [2019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을 한 번쯤을 보셨을 겁니다. 저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고 '정말 이렇게 트렌드가 움직일까?' 생각하면서 트렌드 발표 현장 영상도 유튜브에서 시청했었습니다.
저는 이 중에서 2019년에는 뉴트로와 감정 대리인이 조금 더 선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레트로 열풍은 마니악적인 요소가 있어왔지만 본격적으로 트렌드로 대두될 것이라 믿었고 조금 더 새로워진 시대감각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감정 대리인은 산재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분야와 다양한 컨텐츠로 소구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요 다행히도 맞아 들어가고 있네요.
뉴트로에 대한 열풍은 굉장히 직감적으로 느끼셨을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다양한 사례를 들 수 있지만 몇 가지 제가 직접 보고 또 체험하고 느낀 사례들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진로 이즈 백, 삼양라면
진로이즈백, 삼양라면 1963은 뉴트로 열풍이 일어나자마자 등장한 마케팅입니다. 기존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의 과거 패키지를 새로운 시대감각에 맞게 재구성한 것인데요, 진로이즈백에 대한 인기도도 상당하고 삼양라면에 대한 인지도도 소정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사실 마트에서 삼양라면은 보기 좀 힘들었고, 진로이즈백은 자주 봤었습니다. 이 이외에도 과거의 포장지를 그대로 다시 살려서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뉴트로 트렌드에 적합한 마케팅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2) 필라 어글리 슈즈 / 나이키 에어조던 11
뉴트로 트렌드가 대두되자 필라 어글리 슈즈도 판매에 날개를 달았는데요, 사실 어글리 슈즈에 대한 열풍은 2017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필라라는 기업이 어떻게 다시 일어서게 되었는지, 기업의 스토리와도 어글리 슈즈는 무관하지 않은데요 뉴스 기사에서도 쉽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f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9843
과거의 감성을 물씬 담은 슈즈, 슈즈가 새로운 트렌드를 맞나 개성을 선택하는 세대들에게 소구의 도구로 활용되다 보니 아예 필라 홈페이지에는 어글리 슈즈를 노출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뉴트로 열풍에는 나이키도 함께 참여를 했는데요, 에어조던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에어조던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꽤 있는데 신발을 사려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줄을 서서 구매한다고 합니다. 나이키가 이런 니즈를 모를 리 없겠죠.
그래서 나이키는 최근에 에어조던 11 '브레드'를 재판매하기까지 이르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숫자의 마니아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하니 뉴트로 코인에 나이키가 제대로 탑승하고 있는 것일 아닌가 합니다.
https://hypebeast.kr/2019/8/air-jordan-11-bred-2019-on-foot-images-nike-release
(1) SBS 인기가요 (a.k.a 온라인 탑골공원), Studio K 뮤직뱅크
최근에 '온라인 탑골공원'이라고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뉴스 기사로도 여러 번 다루어질 만큼 Youtube에서는 소위 '인싸 채널'로 불려지고 있는데요, 라이브 스트리밍에서 최대 접속자 2만여 명을 달성했을 만큼 관심이 굉장히 뜨거웠습니다. 현재도 저녁 시간대에는 2500여 명이 참여하고 있어서 그야말로 상당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개 구독자의 1%가 라이브 스트리밍에 참여한다라고 보면 상당한 숫자에 해당됩니다)
제가 구독할 당시에 SBS K-pop Classic 채널이 5만 명 남짓이었는데 현재는 20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 채널에 매력은 '실시간 소통'과 '공감'에 있습니다. SBS 인기가요가 방영되기 시작한 97년도 방송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방송을 라이브 채널에서 그저 틀어주는 것뿐인데 참여하는 시청자들은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며 다양한 반응과 댓글로 소통을 하며 과거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S본부의 약진에 힘입어 K본부에서도 뮤직뱅크를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틀어주고 있는데 S본부에 비해서 아직까지는 반응이 굉장히 미약한 편입니다. 시청자들은 S본부의 채널은 '탑골공원', K본부의 채널을 '국립공원'이라고 부르면서 차별까지 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SBS KPOP CLASSIC Youtube Official Channel
https://www.youtube.com/channel/UCgmb7SRxJOBFB492gzT9Eaw
*KBS STUDIO K Youtube Official Channel
https://www.youtube.com/channel/UC-08yG5-IhaofNQcRt8yKVA
(2) 7080 City-pop의 약진
뉴트로에 대한 향수는 컨텐츠 분야에서 특히 음악 쪽에서 빠른 확산 속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기존에도 이러한 음악들이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확연히 2019년에 들어서면서 뉴트로가 주류 트렌드로 자리를 잡게 되면서 대중들의 관심이 과거로 향한 것은 사실입니다.
비교적 접하기 쉬운 90년대를 넘어 그 이전의 문화나 음악까지 소비하려는 움직임들이 보이는데요, 7080 음악이라고 부르는 국내 음악들도 요즘 세대들에게는 신선한 음악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도 직접 찾아서 들어보았는데 과연 '과거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매력적인 음악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비단 저뿐만 아니라 이런 반응은 Youtube에서 더욱 활발한데 한 시대를 풍미한 여러 가수들에 대한 젊은 세대의 호감도가 굉장히 상승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저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꿈꿀 수 없는 세대가 꿈을 꿀 수 있었던 시대의 문화를 소비한다
다양한 사례들을 들 수 있겠지만 모두 익히 아시는 뮤지션들입니다. (김완선, 나미, 김혜림, 김트리오 등)
그런데 정말 특이한 것은 이러한 움직임이 옆 나라 일본의 음악과 문화까지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 또한 Youtube에서 쉽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Youtube에서 조회수가 조금 높다고 해서 뉴트로의 사례로 소개하기 조금 그런 것 아닐까? 하시겠지만 단순히 Youtube에서 뿐만이 아니라 인스타그램, 네이버 등에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Reaction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래에 소개해드리는 일본의 80년대 뮤지션들의 음반 판매가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Amazon에서 말이죠)
마츠다 세이코(松田聖子)와 나카모리 아키나(中森明菜)는 알만한 분들은 모두 아신다는 80년대 일본의 대중음악계를 이끈 쌍두마차입니다. Youtube에서 마츠다 세이코와 나카모리 아키나를 접하게 된 젊은 세대들은 '김살구'라는 채널에서 아마 이 음악을 접하셨을 텐데요, 간단한 일화를 소개해드리자면,
김살구라는 채널명으로 7080 음악을 소개하는 소개하는 이 채널은 일본의 80년대 대중음악계를 이끈 마츠다 세이코와 나카모리 아키나 영상을 교차 편집하여 올리게 되면서 조명을 받게 됩니다. 400만에 육박하는 영상 조회수를 기록한 것은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라는 곡인데요, 한창 인기를 끌고 있던 중 지소미아 사태에 따른 한일관계의 악화로 김살구 채널은 업로드를 중단, 급기야 저작권 문제로 인해 채널을 닫게 됩니다.
400만 조회를 기록한 푸른 산호초(青い珊瑚礁)의 영상을 지금은 볼 수 없지만 그나마 마츠다 세이코라는 일본의 80년대 아이돌이 왜 이렇게 인기를 끌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영상을 추천드립니다.
두 명 이외에도 일본의 과거 가수들에 대한 인기도 심심치 않은데요 뉴트로라는 열풍에 힘입어 과거의 가수가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만큼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