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재현 Apr 27. 2019

마케팅은 컨셉싸움이다(9)

창업자를 위한 마케팅



 컨셉은 결국 고객으로부터 나옵니다. 마케팅은 심리학과 깊은 연관이 있는데 마케팅에서 심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제품과 서비스 판매에 심리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사람의 생각과 행동도 거기에 맞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물건을 구매하고 서비스를 소비하는 고객의 행동이 변화하는 것에 따라서 마케팅의 방법도 달라져야 합니다. 


 경기가 장기간 불황으로 이어지면 고객의 주머니는 가벼워지고 소비는 줄어들게 됩니다. 그동안 쉽게 소비했던 물건보다 조금 더 저렴한 물건을 찾기 마련이고 가성비를 따지는 고객이 늘어나게 됩니다. 일본의 장기간 불황에 따른 소비의 변화에서도 우리는 그런 행태를 확인할 수 있고,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발견되고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100엔 샵, Sourced 좋은인연료엔 blog>


일본의 100엔 샵, 그리고 우리에게 친숙한 브랜드인 DAISO. 비교적 저렴한 제품들이 포진되어 있는 100엔 샵이 다양한 연령층의 선택을 받은 이유도 경기불황과 관련이 없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고객에서 시작해서 고객으로 끝나게 되는 마케팅에 있어서 컨셉의 시작을 고객으로 잡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고객이 있는 창업자라면 모를까, 고객이 비교적 적은 편에 속하는 창업자들에게 고객으로부터 컨셉을 잡으라고 하는 것은 조금 말이 맞지 않습니다. 


고객에 대한 정보를 점점 쌓아가는 창업자가 고객으로부터 컨셉을 잡아야 한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정답은 간단합니다. 경쟁사의 고객을 확인하거나 선도 업체의 고객을 확인하는 식의 시장조사를 수행하면 됩니다. 심도 있는 데이터를 피부로 느낄 만큼, 직접적인 데이터를 얻기는 어렵지만 비교적 창업 초기에는 시장조사를 통해서 고객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시장조사를 통해서 우리가 타겟팅할 고객을 선정했다면. 

혹은 우리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우리의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얻었다면.


그로부터 컨셉을 잡아가기 시작할 텐데 컨셉을 잡을 때 신뢰만큼이나 우리 고객을 바라보는 고객까지 고려하는 컨셉을 잡아야 한다고 지난 글에서 언급했습니다. 그 예로 건강기능식품을 사례로 들었는데요, 오늘은 컨셉을 잡을 때 도움이 되는 방법 두 번째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합니다. 




2.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면 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면 된다는 말은 어찌 보면 참 쉬운 말이고 어찌 보면 정말 어려운 말입니다. 고객으로부터 컨셉이 도출되는 것까지는 이해하겠고, 고객을 바라보는 고객까지 고려해서 컨셉을 잡는 것도 이해하겠는데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라니. 정작 창업자인 우리들은 고객이 뭘 원하는지 모르는데 말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시장조사를 수행했든 기존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을 했든, 고객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기대하는 가치가 명확합니다. 이유 없이 소비하는 고객은 없고, 소비에 이유가 없는 행위는 없습니다. 빈번하게 마시는 커피마저도 소비자는 합당한 이유를 가지고 브랜드를 선택하고, 가까운 동네 식당을 가더라도 고객은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식당을 찾습니다. 단지, 구구절절 그 이유를 말하지 않는 것뿐입니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 않나요?

그에 반해 동네 카페를 주로 이용하는 고객들은 왜 그럴까요. 

인스타그램에서 분위기 좋은 카페나, 디저트가 이쁜 카페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로 검색만 해보아도, 그 해시태그의 검색량만 보아도 고객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에 어떤 호감도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네이버 스토어팜에서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을 검색만 해보아도 얼마나 많은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지, 소비자는 어떤 브랜드의 어떤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지 단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고객은 원하는 것을 언제나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거리 다방 Sourced Brand Instrgram>


최근 들어 자주 방문하는 카페가 있습니다. 대학가 안쪽에 위치한 동네 카페로 대학가 인근에서 조금 걸어서 들어가야 할 만큼 입지가 좋은 편은 아닌 곳에 있습니다. 가격대는 브랜드 카페에 비해서 결코 저렴한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음료 메뉴가 많다거나 디저트 종류가 특출 나게 많다거나 하는 곳은 아닙니다. 비슷하죠. 


그런데 주말이면 자리가 내내 만석일 정도로 빈 곳이 없고 평일에도 심심치 않게 손님이 많습니다. 심지어 디저트류의 경우 빈번하게 소진되는데, 창업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지 않아도 창업자가 어떤 생각과 방향으로 카페를 창업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공장형 카페다, 인테리어가 이쁜 카페다, 분위기 좋은 카페다, 카페에 대한 트렌드가 굉장히 빠르고 빈번하게 바뀌고 있지만 최근 들어 주류를 잡고 있는 카페의 트렌드는 소위 '사진이 이쁘게 나오는' 카페입니다. 커피의 맛이나 디저트류의 맛은 상향평준화가 이미 진행되어서 커피의 맛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커피를 소비하는 계층이  SNS에 친숙한 세대들로 변화되면서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더 이상 '맛'이나 '공간'에만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SNS 활동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SNS는 현실의 나를 반영하면서 한편으론 또 다른 '내가 표출되는 공간'이므로 감성적인 사진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트렌디'한 자아를 표출하는 감정의 소구가 됩니다. 


따라서 카페는 이런 트렌드(상대적인 요소)를 반영하여 음료나 디저트가 이쁜, 그리고 공간이 이쁜 카페들로 점점 변화하게 되었는데 대표적인 예가 앞서 말씀을 드린 제가 자주 찾아가는 카페라는 것입니다. 굳이 제가 자주 찾아가는 카페가 아니더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여러분 주변에 유명한 카페들을 살펴보시면 비슷합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카페나 디저트로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음료와 디저트, 인테리어 등 사진이 감성적이고 이쁘게 나오는 곳이 굉장히 많이 검색됩니다. 이는, 그만큼 소비하는 고객이 자신의 활동을 대외적으로 표출하고 있다는 뜻이고 또 그 활동이 트렌드로 자리 잡혀 있다는 뜻입니다. 



창업자가 카페를 창업하기로 결심했을 때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있었기 때문에 

컨셉은 당연히 '음료와 디저트, 인테리어가 이쁜' , '감성적인 사진을 담을 수 있는' 

카페였습니다. 

(실제로 사거리 다방 계정에 들어가 보면 '감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카페를 찾는 고객이 누구이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심지어 나오는 음악들도 감성이 짙은 인디음악들이 주로 흘러나옵니다. )


그리고 그 컨셉을 명확하게 다지기 위해서 이쁜 음료를 어떻게 만들지 연구했고 인테리어에 대해서 고민했고 디저트류 하나하나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좋지 않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많은 고객들이 방문하게 되는 카페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컨셉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확인하고 그것을 명확하게 주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고객이 한 가지만을 원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 사람이고 또 고객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궁무진하고 또 빠르게 그 '원함'은 바뀌고 있습니다. 그래서 창업자는 수시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리하고 리스트업(List-up) 해야 합니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하나하나 정리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데,


카페로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고객) 사진이 이쁘게 나오는 자리가 필요하다 

-> (창업자) 사진이 이쁘게 나오는 조명을 조사하고 구비.

  - 유명 카페에서는 어떤 조명을 사용하고 있을까?

  - 조명을 어떻게 배치하는 것이 좋을까?

  - 조명 없이 사진이 이쁘게 나오는 창가 자리 만들기

-> (창업자) 직접 자리에서 사진을 찍어보고 인테리어 소품 구비.



2. (고객) 고객이 쿠키 류보다 케이크류, 티라미수를 더 선호함

-> (창업자) 쿠키류의 숫자를 줄일지, 쿠키류 판매를 중단할지 결정

  - 쿠키를 직접 만드는 것이 좋을지, 기성품을 판매하는 것이 좋을지 결정

  - 쿠키류 판매가 더딘 것인지, 아예 판매가 안 되는 것인지 확인

  - 쿠키류를 구매하는 고객이 어떤 고객들이 많은지 확인

  - 디저트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쿠키를 권했을 때 반응은 어떤지 확인

-> (창업자) 케이크류를 판매해보고 판매량이 저조한 케이크 판매 중단

  - 우리 카페에서만 소비가 안 되는 케이크류인지 확인

  - 우리 카페에서만 소비가 안된다면 맛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확인

  - 최근에 인기가 많은 케이크류는 어떤 것이 있는지 확인

-> (창업자) 티라미수의 종류를 다양하게 (유명 카페 벤치마킹)

  - 제조 가능한 티라미수의 종류는 무엇이 있는지

  - 도매로 받아서 유통하는 티라미수는 어떤 것이 있는지

  - 최근에 인기가 많은 티라미수는 어떤 것인지 해시태그 검색



고객이 원하는 것을 리스트업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두고 꾸준히 실행해 나가면 우리가 잡아두었던 컨셉은 자연스럽게 충족됩니다. 그리고 고객을 바라보는 고객들이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바라보는 시각도 자연스럽게 바뀌게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케팅은 컨셉싸움이다(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