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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 또 ‘부동산’ 했다

-'공간 격차(spatial divide)'가 만드는 또 다른 '계급'

‘○○○ 만이 ○○○처럼 합니다’ 최근 가장 인상 깊은 광고 카피 가운데 하나다. 다이슨 제품이라야 다이슨 제품의 ‘퍼포먼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랑이다. 한 마디로 다이슨 제품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자부심 가득한 카피다. 이와는 반대 의미를 갖는 다른 짧은 문장도 있다. ‘○○○이 ‘○○○’했다'가 그것이다. 그럴 줄 알았다는 부정적인 표현이다.

결국 부동산이 ‘부동산’ 했다. 계약갱신청구권 등이 포함된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불과 이틀 전. 소유하고는 있지만 거주하지 않는 서울 강남주택의 전세 재계약 때문에 ‘사달’이 났다. 정부의 강남 집값 상승세를 막기 위해서 그리고 임차인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전세보증금을 상승세를 막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임대차 3법이다. 그런데 법 시행 전 14%가량 올려 재계약한 사례가 있다. 법 시행 전이니 이왕이면 재계약이 도래한 경우 전세보증금을 올려 재계약하는 것은 집 갖고 있는 일반인들이라면 선택적이 아니더라도 상식적으로 취할 수 있는 일반적인 사례일 수 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실장의 실제 사례였다는 점이 문제다.

집권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아니 정부 정책을 만든 장본인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당사자가 아무리 개인 소유의 주택에 대해 재계약해야 하는 건이라고 해도 관련 법 시행 이틀 전에 법으로 정한 기준인 5% 상한의 3배 넘는 가격으로 재계약을 체결했을까 하는 반신반의한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실제 그렇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이 최근 공직자 재산등록 사항이 공표되면서 밝혀졌다. 공직자 재산 등록이 법적인 강행 조건이 아니었다면 당연히 계약 당사자 외에 아무도 모를 일이다. 당연히 묻혔을 일이다. 관련 기사가 언론에 소개된 지 채 하루가 지나지 않은 29일 정책실장이 경질됐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

바로 ‘부동산 문제’다. 단순한 개인의 일탈 문제가 아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이 겪는 다반사로서의 일상이다. 서울 강남도 66%가량 오르고 지역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방 도시들도 10%, 20% 올랐다. 떨어지는 것보다 오르는 게 좋은 일인 듯싶은데 올라도 난리인 것이 바로 부동산 가격이다. 그 오르는 가격을 잡겠다고 청와대와 여당이 동분서주하는 사이 문재인정부의 정책 프레임을 만드는 정책실장이 만기 도래한 자기 소유의 강남집 전세값을 14% 오른 가격으로 재계약한 것이다. 그것도 ‘5% 상한’을 정한 법이 시행되기 이틀 전에 말이다. 어떤 변명을 해도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가격 상승이 대세라는 부동산 문제가 정책실장 소유 주택의 14% 전세값 상승을 촉발했고 그 수준으로의 재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정책 실무자로서의 처신으로 말은 안 되는데 상황은 이해되는 아이러니컬한 경우가 된 것이다.

‘공간’은 너와 나 사이의 거리, 비워진 곳이다. 그런데 너와 나 사이의 거리가 ‘돈’ 만큼의 거리 차이라면 이해와 해석이 달라진다. ‘공간’이 부동산 가치로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문제는 단순히 가격이 다른 서로 다른 집에 살 수도 있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돈으로 환산되는 ‘공간’ 자체가 사람 간의 격차, 즉 계급 격차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겪고 있는 작금의 부동산 문제는 다름 아닌 ‘공간’의 문제다. 공간의 '격차(divide)' 문제다. 공간 경제 정치학이 되어 버렸다.


(copyright. 서정렬) 부산 아파트 가격을 리딩하고 있는 마린시티 주상복합아파트. 동백섬 더베이101에서 바라본 뷰다. 주거용 고층건물이 제일 많은 곳 또한 부산이다. 


김상조 정책실장의 사표가 수리되고 다른 사람으로 교체된 당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대통령은 “부동산 정책만큼은 국민들로부터 엄혹한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부동산 문제로 인한 정권 평가의 심각성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2021년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이후 다시 한번 부동산 문제가 국민들로부터 여전히 ‘엄혹한 평가’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이 ‘부동산’했다는 의미는 LH 사태의 조사 결과가 명백히 밝혀지기에 앞서 일정 부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1. 이 글은 양산신문에 게재된 부동산칼럼의 내용임을 밝힙니다. 

    더불어 본 글은 그 내용의 일부를 수정하였음을 또한 밝힙니다.

    http://www.yangsa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8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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