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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의 프로토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신뢰와 약속-

프로토콜... 주고받을 때 서로 '약속된 규칙'


'프로토콜(Protocol)'이란 용어가 있다. 사전적 의미는 컴퓨터끼리 정보를 주고받을 때 통신 규칙과 방법에 대한 약속들이 요구되는데 바로 그 약속이 프로토콜이다. 그렇다고 컴퓨터와 관련된 IT 관련 용어로만 사용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사용된 분야가 있다. 외교 분야다. 국가 간의 교류를 원활하게 하는 외교상의 의례 또는 국가 간의 약속을 정한 의정서를 의미하는 용어가 '프로토콜'이다. 얼마 전 영국 콘월에서 개최된 G7(주요 7국) 정상회의에 초청받은 문재인 대통령의 단체사진 촬영 때 넥타이를 매지 않은 노타이가 '의전에 어긋난다, 아니다'라고 말나 온 것이 그런 사례다.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이 정한 대응 절차나 확진자 발생 시 취해지는 조치 방법 역시 국가 차원의 '프로토콜'이라는 용례로 설명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도 이러한 프로토콜이 존재할까. 부동산 시장에서 약속된 규칙이나 규범이 존재하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시장(Market)이라는 것 자체가 '상품으로써의 재화와 서비스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추상적인 영역'이라는 점에서 규범적인 약속 자체를 정할 수 없다는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지폐나 주화'를 교환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규범은 존재한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부동산을 취득해 소비하는 국민, 소비자 입장에서 정부에 바라는 부동산 시장의 프로토콜은 이런 것이다.


(copyright. 서정렬) 미운우리새끼 TV 화면 촬영. 잠실 롯데 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미우새에 나온 박군의 이모들에게는 무엇이 보였을까?


첫째, 일정 주택의 '안정적 공급'이다. 최근 정부는 문재인 정부 초기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 등의 문제를 인정하고 '주택 공급 확대'를 천명했다. 대통령부터 주무부처의 장관과 집권 여당의 당 대표까지 나서 공급을 어떻게든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바로 시장에 필요한 주택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했음을 자인한 것이다. 정권과는 상관없이 시장에는 집을 필요로 하는 적정 수요가 존재한다. 이것이 완전히 충족되기 전까지는 수요에 맞는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이것을 '수급(수요와 공급)'이라 한다.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 가격이 결정된다. 수요에 맞게 공급이 원활하면 가격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된다. 현재의 가격 폭등은 이러한 원칙이 깨졌기 때문이다.

둘째, 시장의 '안정 기조' 유지다. 최근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약 78%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국토부 발표 17% 상승은 잘못된 것이라는 얘기다. 그 진위 여부는 차후 밝혀질 일이다. 중요한 것은 주택 및 부동산 시장이 안정적 기조로 유지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기에 얼마가 '올랐다. 안 올랐다'는 문제보다 현실적으로 겪고 있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은 심리다. '오를 것'이라 생각되는데 안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오를 것이라 믿는 사람들이 많으니 수요가 몰리는 것이고 공급이 부족하니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영끌', '패닉바잉'이라는 사회적 현상 이면에서는 '가격이 오르는데 나만 안사면 바보 된다'는 현실적인 판단과 조급함이 있다. 정부가 원하는 시장의 안정 기조가 유지되지 않은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한 심리가 수요를 부추긴 탓이다. 이 수요를 공급을 통해 효과적으로 억제했어야 했는데 그 타이밍을 못 맞춘 탓이기도 하다. 필요에 따라 규제했지만 '규제의 역설'로 시장은 더욱 어려워졌다.

셋째, 주거상향(Housing Upward Filtering)을 위한 '시장으로의 진입'이다. 사람들에게는 욕구가 있다. 전세로 시작하지만 결혼 이후 작은 규모의 내 집을 갖고 싶어 하는 주거상향 욕구가 있다. 아이도 출산하고 진급도 하면서 10여 년에 한 번씩이라도 주택 규모를 늘려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이런 소박한 꿈이 이룰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부동산 114 자료에 의하면 2021년 6월 현재 전국 아파트 평균 가격은 6억 2천만 원 수준이다. 서울은 약 12억 원이다. 경남 양산시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2억 2천만 원 수준이지만 이것은 오래된 아파트를 포함한 가격이다. 최근 양산 신도시 중형 아파트 가격은 7억을 넘었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프로토콜로서의 정부의 정확한 신호가 필요한 이유다.



1. 양산신문에 게재된 부동산 칼럼의 내용을 사진과 함께 편집해 옮긴 것임을 밝힙니다.

    http://www.yangsa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81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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