溺れるナイフ(2016)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한 내 앞엔 네가 있어
나츠메, 물에 빠진 나이프 中
조용한 시골의 이미지와 달리 넌지시 깔린 거친 '분위기'에 아이러니하게 압도당한다. 배경음악으로 깔린 피아노 선율도 까딱 넘어질 것처럼 아슬하고 불안하고 위태롭다.
자유롭게 산과 바다를 누비던 '쿄우'와 화려한 화면 속에서 살던 '나츠메'는 다르고도 같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가 한데 섞이길, 융합되며 흐트러지는 과정을 감내할 준비가 된 어른처럼 거칠고도 저돌적이다.
그 과정 속에 찾아오는 극적인 불안함과 질척하게 꼬여버린 감정선에 살짝 히스테릭한 간접 경험을 겪을 수 있지만, 사랑은 원래 정신병과 같은 과정이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과한 게 아니라 사랑이란 건 원래 난잡하고 정신없었던 것이었다.
- 미소녀는 날라리를 좋아한다는 설정인데.
낯선 시골에서 더 낯설고 불안한 존재인 '쿄우'한테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란 미소녀 철칙물 중 기본 중의 기본이다. "넌 예뻐서 한 번 가져보고 싶었는데"라는 막 나가는 대사 또한 예상하고는 있었다.
근데 얼굴에 갑자기 침을 뱉거나 얼굴에 묻은 사이다를 갑자기 핥는다거나 물음표 지어지는 장면에 다들 '항마력'을 거론했지만, 그들이 사춘기라는 정점에서 이해하고 보면 배우는 죄가 없다.
<물에 빠진 나이프>는 만화가 원작이다. 조지 아사쿠라 작가의 순정 만화인데, 사실 영화화 되기 전 '만화'로 보면 오히려 오글거려서 땡큐일 정도로 자연스럽다.
순정만화 클리셰에 완벽한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영화화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고마츠 나나'의 비주얼이다. 어떠한 서사도 납득 가능한 순정만화 비주얼이라고!
둘 사이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비극이 영화 전개상 너무 뜬금없긴 했지만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게 바로 나츠메의 얼굴이다. 개인적으로 고마츠 나나는 '분위기'가 더 압도적이다. 시골에 전학 온 신비로운 여자애의 표본이랄까.
이 배우를 잘 알고 있긴 했지만, 이 영화에서 특히 처량한 비극의 여주인공 역할과 찰떡으로 어울리는 바람에(?) 감히 최고의 캐스팅이라며 너무도 흥미롭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나츠메가 새로 찍은 사진집은 두 가지의 연쇄 사건을 불러일으킨다. 쿄우의 관심을 끈 것. 그리고 그 대상은 쿄우만을 향하지 않았다. 감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라는 민감한 장치를 넣을 수 있었던 것도 일본 영화이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민감한 주제지만, 그로 인한 나츠메와 쿄우의 반응으로 그들이 정말 '어렸다'는 나이를 실감케 한다.
- 쿄우의 바다에 나이프를 빠뜨렸다는 건
흐름만 보면 가스라이팅을 잔뜩 당한 나츠메가 쿄우를 졸졸 따라다니는 매 맞는 아내의 일방적인 사랑 느낌이지만, 마지막 나츠메가 악몽이길 바랐던 장면은 참 애틋했다.
자유롭게 누비던 쿄우만의 바다에 둘 사이의 끔찍한 저주를 깊게 잠기게 둔 것은 더 이상 쿄우는 바다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와도 같았다.
나츠메에게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자유롭게 살라고 했지만 정작 자신은 운명의 대가를 치른 비운의 츤데레남으로 끝났을 것이다.
마지막 영화의 엔딩 장면을 쿄우와 오버랩해서 그들이 못 한 얘기를 나눈 것처럼 보였지만, 쿄우의 현실은 이전보다 더 고독하고 외로울 것만 같다. 그럼에도 한 뼘 더 자라는 아픈 성장이 되었을 터다.
하지만 현실의 승리자는 스다 마사키!
고마츠 나나를 향한 열렬한 구애를 끝으로 2021년 결혼까지 맺게 된 그는 진정한 위너. <물에 빠진 나이프>와는 달리 두 번이나 차인 그가 결국은 짝사랑의 결말을 결혼으로 이뤘던 현실이 더 영화 같다.
일단 난 청춘을 오징어구이에 바친다
- 오토모 츠토시
글 | 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