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사라진 세계> 거베라는 몇 송이 줄 지 신중하게

余命一年の僕が、余命半年の君と出会った話. (2024)

by 디디



너한테도 싫은 일이 생기면 내가 다 칠해줄게

사쿠라이 하루나, 봄이 사라진 세계 中



거베라 세 송이 의미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뜻이야.






01. 스킨십 하나 없는 멜로


꿈이 있는 젊은 청춘에게 미래가 없다는 설정에 이미 마음이 아려오기 시작한다. 주로 배경은 병원, 옷차림은 교복 아니면 환자복이다. 단조로운 그들의 하루에 조그마한 일탈도 삶 전체를 울릴 만큼 거대한 기쁨으로 다가온다.


극 중에서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끝이 정해진 사랑"을 누가 하고 싶겠냐며 포기하는 것에 익숙해진 듯 담담한 하루나는 사실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사랑을 하고 싶었다. 비록 정해진 미래만 기다려야 하는 인생이어도 현재를 살기 위해 누구보다 희망했다.



아키토가 그린 '천국' 중 거베라 세 송이를 들고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천사 '하루나'.


해피엔딩은 없을 것이라는 결말을 담담히 알려주고 이 영화는 이야기한다. '시한부'. 어쩌면 뻔하다고 생각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이 이야기에서 큰 기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운의 아이콘이었던 '아키토'가 남은 인생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은 것, 결국 하루나가 바랐던 꿈처럼 '미대'에 진학을 하고 하루나가 그린 '천국'을 마저 그려낸 것. 죽음을 결코 두렵고 무서워하지 않고 맞서 싸웠다는 것.


이 가느다란 희망의 끈이 모여 결코 그들의 죽음이 슬픈 것들로만 치부되지 않았다. 어쩌면 또다시 만날 운명이라는 설레는 기다림이라는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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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장소에서 같은 상황에서 같은 미래를 생각하며 그림을 그린 그들. 이런 수미상관의 구조들이 그들이 '필연'이라는 낭만을 진득하게 보여주고 있다.






02. 당신에게 남은 기한은


봄에 태어난 '하루나'는 무기력했을 삶에 비해 이름처럼 따사롭고 밝은 소녀다. 눈앞에 보이는 고통스러운 상황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나이 답지 않게 무던하기도 하다. 꾸준히 찾아오는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에도 벅차오르게 기뻐하는 모습이 작은 병실 안에 있어도 꺼지지 않는 촛불처럼 온 방안을 밝힌다.


그런 캐릭터에게 주어진 상황이 극적이지 않아서 더 현실 같았다. 시한부 인생이라는 고뇌 앞에서 '평범하기만'을 바라는 두 소년 소녀의 청춘의 끝자락은 신을 탓하기에도 시간이 아까웠다. 그저 할 수 있었던 건 기적을 바라기 보다 남은 현실을 행복하게 살아내는 것.


긴 병에 효자가 있을까, 알려주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아키토'의 아버지의 말처럼 그는 남은 인생을 '하루나'와 지내면서 얼마 남지 않은 삶의 가치를 깨닫는다. 어쩌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까지.




번외로 데구치 나츠키 배우가 너무 예쁘다. 청순한 고윤정 느낌이랄까. 사실 극본도 중요하지만 배우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나츠키 얼굴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영화 땡 하자마자 쏜살같이 인스타그램에 뛰어갔는데, 원래도 예쁘지만 화장 안 한 하루나 모습이 더 예뻐서 충격적이었다.




6개월을 살 수 있는 내가 1년을 살 수 있는 소년을 만난 이야기 - 가을에 태어난 너에게


하루나의 마지막 스케치북 그림
너에게 남은 시간을 전부 날 위해서 사용했지? 다정한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서 나도 모르는 척했어. 평범하게 살고 싶었으니깐. 평범한 순간들이 우리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으니깐. 마지막 6개월 동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어. 우리는 분명히 서로를 만나려고 태어난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깐 불가피한 고통도 견딜 수 있었어. 그러니깐 아키토도 무서워하지 마. 네 고통은 내가 짊어질게. 그리고 내가 먼저 죽어서 하늘에서 널 지켜줄게.





네가 이 글을 찾게 된다면 난 믿고 싶어. 그건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던 신이 내게 마지막으로 내려주는 선물이라고 말이야. 너도 알고 있었지? 거베라 여섯 송이가 무슨 뜻인지 알고 준거지? 병원 생활을 오래 하면 병문안 꽃의 꽃말은 거의 다 외우게 되거든. 아키토도 알고 있겠지. 거베라 세 송이의 꽃말을 너에게 보낼게.


거베라 세 송이 의미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뜻이야.




현실을 피하기 위해서 그림 뒤로 숨었던 하루나가 아키토를 만나고 그녀가 그리는 그림들은 현재에 그에게 전하고 싶은 편지로 바뀌었다. 사실은 죽음이 무서웠던 하루나에게 아키토는 살고 싶었던 이유이자 살아있길 잘했다는 안도감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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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유통기한 1개월짜리 사랑


사실 이 이야기 속 역대급 조연은 '아야카'다. 원래 떠난 이보다 남겨진 이가 더 슬프다고 했다. 사랑했던 둘을 떠나보내고 남겨질 운명이었던 아야카는 변치 않고 늘 그 자리를 지켰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받은 상처를 안아줄 수 있었고 슬픔을 티 내지 않았다. 끝이 정해진 사랑을 용기 내어한 것도 모자라 어느 방향으로 향해 있는지 알았던 아키토의 마음에 부담을 주지 않은 채 마음을 고백했던 아야카는 누구보다 단단했고 강인한 캐릭터였다. 사실 내 마음속 1위 여성.




그리고 마지막 아야카의 담백한 고백에 더불어 아키토의 장난스러운 댓글까지도. 일본의 모든 사랑 서사는 극적이고 오버스럽다는 말 취소다.




하루나가 천국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 지금은 즐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하야사카 아키토




글 | 디디

사진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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