かもめ食堂(2007)
누구든 뭔가 먹어야 살 수 있는 법이니까요
- 사치에, 카모메 식당 中
사치에의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경쾌한 '이럇사이'를 들을 때면 마치 내가 손님이 된 것처럼 설레고 기분이 좋아진다. 어떠한 깔끔한 음식이 내 앞에 놓여질까 힐끗 쳐다보게 되는 귀여운 식당 '카모메'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영화다.
사치에는 고요하고 강인한 1인 사업가다. 손님 하나 없는 외딴 타지에서 뚝심 있게 '일식당'을 운영하는 여유로운 사장님이라면, 돈이 많은 건가 싶었지만 실은 그녀는 '여유'가 많았다. 손님이 없어도 조급해하지 않되 동업자의 의견 또한 거스르지도 않는다.
심지어 창의적인 '창업가'이기도 하다. 혼자 운동을 하다가 음식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모습과 순간순간 기발한 발상과 대답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재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모두가 꺼려했던 잔뜩 술에 취한 여자 손님에도 사치에는 꺼려하는 내색 하나 없이 그녀를 똑같은 손님으로 대접한다. 예의는 바르지만, 자존감도 높다. 군더더기 없는 사치에의 성격이 잔잔한 이 영화의 매력을 배로 올려줬다.
일식을 좋아하는 나로서, 일식을 만드는 과정만으로도 힐링 그 자체였다. 특히 시나몬롤은 만드는 과정부터 손님 앞에 놓이는 순간까지도 부러웠다.
그리고 고향의 맛 '오니기리' 속에 다양한 속재료를 넣는 시도 끝에 결국은 '클래식'으로 내놓는 장면까지도 어떤 맛인 지 알고 있어서 그럴까, 더 맛있게 느껴졌다. 과연 핀란드에서 '일식'이란 대성공이다!
일본 여성이 차린 핀란드 헬싱키의 자그마한 일식당에 익숙한 손님들이 찾아온다. 고향의 냄새를 알고 온 걸까, 저마다 말 못 할 사연들을 안고 타국에서조차 자국을 떠나지 못 한 일본인들이 있다. 떠나온 이들은 하나 같이 즉흥적인 여행이었지만, 그들에게는 '꼭 떠나야'만 할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사치에는 이 여행에서 그들이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을 수 있도록 힘껏 응원한다. 그중 미도리가 지구본을 돌려 찍은 이 여행지의 의미는 간단하면서도 특별하다. 꼭 떠나야만 했던 곳에 우연히 다가온 사치에와 애니메이션 노래 가사를 읊다가 급작스러운 동거까지. 그리고 그녀에게 세상이 끝나기 전 귀엽고도 묵직한 약속을 하기도 한다. 여행이라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나를 이끌어주고 그곳에서 또 무언가를 깨닫게 한다.
간혹 사치에가 결과는 없이(?) 너무 여유를 부릴 때면 "가게가 주수입이 아닌가, 금수저인가?" 괜스레 걱정이 되었는데, 현실적인 캐릭터 '미도리'가 조수 역할을 너무도 잘해줘서 효율이 중요한 인간도 안심하며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오히려 핀란드의 색이 아닌 일본인들의 기조를 볼 수 있던 게 더 임팩트 있던 영화였다.
손님과 직원의 구분이 흐릿해지면서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이 키친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개성 넘치는 요리사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보여주기까지 한다!
영화를 보기 전 '그저 잔잔한 스토리'로만 치부했던 것을 사과한다. 이 영화는 내레이션부터 독특함 그 자체다. 사치에가 '카모메 식당'을 차린 이유, 그리고 음식을 만드는 이유는 꽤나 평범하지 않다.
엄마가 돌아가실 때보다 키우던 나나오가 죽었을 때 조금 더 슬펐다며 고백한 사치에는 엄마는 사실 '말라깽이'라고 실토한다. 맛있게 먹는 모습에 약한 사치에는 결국 살이 쪄서 죽어버린 '나나오'에 대한 애정을 얘기하며 <카모메 식당>을 소개한다.
사치에상의 요리에는 주관이 크게 없다. 하지만 철학은 있다. 그렇기에 손님에 대한 배려가 가득하다. 그녀가 요리하는 모습보다 손님을 대했던 미소와 태도가 더 눈에 띈 것처럼 음식을 맛있게 먹어줄 손님에 대한 애정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카모메 식당>에서는 다양한 케미를 볼 수 있지만, 그중 이 둘 조합이 가장 귀여웠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에 덤덤한 미도리와 그런 사실을 알 때마다 토끼눈을 반짝이는 토미. 그리고 매일같이 공짜 커피를 얻어먹으러 오는 첫 손님 토미에게 "공짜 커피만 먹고 가는 손님은 돈이 안 된다"며 일침 날리는 미도리의 대사까지! 서로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그들을 보고 있으면 동물의 숲 캐릭터를 보는 것처럼 이 영화의 무해함을 더했다.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 마사코와 겉보기와는 달리 세심함을 가진 미도리.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그들과 함께 운영하는 <카모메 식당> 또한 사치에에게는 긴 여행에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이다.
세상이 끝날 때 꼭 저도 초대해주셔야 해요
- 미도리
글|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