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슈슈의 모든 것> 불길한 가수의 꼬리표

リリイ・シュシュのすべて(2001)

by 디디




새 학기 그날을 경계로 세상은 잿빛이 되었다.

하스미 유이치, 릴리 슈슈의 모든 것 中





01. 가상의 가수

[그녀는 음악을 임신하고 출산한다.]

'릴리슈슈'는 이와이 슌지가 만들어 낸 가상의 가수다. 헛소문은 무서운 거라고 말했듯 그는 가상의 인물을 현실로 만들고자 영화 속에 등장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릴리슈슈 팬카페'를 직접 운영하고 사진과 각종 사건들을 실제처럼 업로드하였다.


그리고 영화 속에는 '유이치'가 릴리슈슈 팬카페 운영자 '필리아' 유저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릴리슈슈를 좋아하는 나머지 팬카페의 창설자로서 운영하며, 그녀의 음악성을 찬양하며 사람들과 소통한다. 갇힌 현실 속 그곳만이 유이치의 숨통이었던 만큼 유이치의 인생 전반의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02. 방황의 칼날


[인간에게 있어 최대 마음의 상처는 <존재>]

이와이 슌지 감독은 절망적인 사건들을 나열했지만, 결국 그것을 겪는 내면을 보고자 했다. 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통해서 한 사람의 실체에서 영혼까지 죽어가는 과정을 느리고도 빠르게 보여준다. 끊임없는 타자기 소리와 흔들리는 비디오 화면 그리고 릴리슈슈의 노래까지. 영화는 전체적으로 번잡스럽고 시끄럽고 불안하다. 이런 배경이 꼭 중학생의 아이들의 자립하지 않은 정체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당당하지 못한 은밀한 것들을 몰래 훔쳐보는 관객이 돼 더욱더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어린 마음이 감내하기 힘든 큰 사건들은 누군가를 다치게 만든다. 그들에게 쥐어준 날카로운 칼날을 엉뚱한 곳에 휘두르거나 자신을 향해 찌르듯 닦지 못 한 피는 찝찝하게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있을 뿐이다.


10대들의 철없는 시절로 치부하기에는 그 주제가 몹시도 사악하다. 중학생을 상대로 자극적인 '강간'이라는 요소와 심한 따돌림, 원조 교제라는 비인간적인 행위에 개인의 영혼을 넘어 '절대 악'이라는 개념을 상기시킨다. 과연 떠밀려 쥐어준 칼날이어도 그들이 휘두르는 게 맞을까? 추락하기 쉬운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에테르가 무너진 것처럼 오랫동안 씻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03. 에테르 소멸


[야, 이런 짓을 하면 에테르가 썩어]

등장하는 인물들은 '에테르'의 상실을 겪는다. 본인이 갖고 있던 신념과 지켜오던 가치관들이 원치 않는 곳에서 맥없이 무너지는 일을 겪으며 메꿀 수 없는 공허함을 보게 된다. 우선 가장 첫 시작이었던 '호시노'는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갑작스러운 몰락을 겪게 됐고, 그로 인해 큰 방황을 겪게 된다. 그 방황의 첫 피해자인 '유이치'는 호시노를 주도로 한 심각한 이지매로 성추행과 폭력 그리고 절도 … 비이상적인 일을 겪게 되고, 참아 왔던 분노는 결국 호시노를 향한 칼날로 응답하게 된다.


그리고 호시노의 두 번째 피해자 '츠다'는 원치 않는 원조교제와 협박으로 씻을 수 없는 고통을 겪게 된다. "모든 남자는 손님으로 보인다" "우리는 밝아질 자격도 없다"며 자신을 지켜줄 동급생의 고백을 거절하며 '날고 싶다'는 불가능한 소망을 가지게 된다.


청춘의 마지막 순간이었던 '오키나와 여행'에서 만난 여행객은 "신을 화나게 하면 살아서 못 나가"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이와 같이 누군가의 에테르를 저버리면 자신의 에테르도 소멸한다는 의미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마치 '호시노' 자신의 불운을 씻기 위해 겨눈 칼날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뼈아픈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에테르의 추락에도 유일하게 자신을 지켜 낸 인물이 있다. 바로 <릴리슈슈>의 첫 전파자 '쿠노'다. '칸자키'를 중심으로 한 선을 넘은 작당모의에 휘말리게 된 '쿠노'는 성폭행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츠다'의 말대로 쿠노는 강했고, 그런 '쿠다'의 모습에 '츠다'는 지옥 같은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같은 고통을 겪었던 '츠다'는 자신이 살이 찌거나 남자처럼 머리를 자르면 더 이상 이런 짓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냐는 말을 던진 적이 있다. 그리고 '쿠다'는 불미스러운 일 이후로 삭발을 한 채로 등교를 하게 된다.


'츠다'가 원조교제로 받은 돈을 끈질기게 발로 밟는 부분은 그녀의 완곡한 거부의 몸부림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런 거부를 모두의 앞에서 표현할 수 있는 '쿠다'의 강인함은 그 누구도 쉽게 무너뜨릴 수 없을 것이다.






04. 지나친 위로


[인간은 날 수 없다.]

<릴리슈슈>의 음악을 통해 아이들은 각자의 고민에 위로를 받는다. 하지만 <릴리슈슈>가 불길한 음악가가 된 것처럼 지나친 감정이입과 몰입은 해를 불렀다.


'유이치'는 현실의 극심한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의지해 온 커뮤니티 속 '푸른고양이'의 정체가 결국 '호시노'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 그가 기대했던 콘서트 티켓마저 '푸른고양이'에 의해 찢겼을 때 그에게 얼마 남지 않은 희망마저 완벽히 없애고 말았다. 현실에 벗어날 수 없어 더욱 의존하고 기댔던 <릴리슈슈>의 음악은 결국 인간은 날 수 없다는 현실의 고통을 더욱 크게 만들어주었다.








OTT에서도 개별 결제를 해야 볼 수 있는 <릴리슈슈의 모든 것>. 이와이 슌지와 아오이 유우의 추종자(?)로서 달려가서 봤지만, 생각보다 조심해서 봐야 할 부류의 영화였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과 비슷한 느낌으로 감정 이입이 심한 영화이니 본인이 우울할 때는 보지 않길 감히 추천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생에 한 번은 꼭 봐주길.





헛소문은 무서운 거야
- 호시노 슈스케




글 | 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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