桜のような僕の恋人(2022)
고마워요.
미사키, 벚꽃 같은 나의 연인 中
다들 리뷰에서 그러던데, 그저 재밌고 상큼한 로맨스물인 지 알았다며. 근데 '벚꽃'이라는 이중성을 이렇게 활용하기 있냐고! 사실 이 영화는 새드엔딩이다. 그것도 희망 고갈 절망 편. 젊은 두 남녀가 가장 이쁠 때 만나 가장 추악한 형태로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사랑은 '순식간'이다. 스스로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스며든다. 사랑에 빠진 뒤로 상대와의 그리는 미래는 끝도 없이 빨리 이뤄진다. 어쩌면 사랑은 감정 중에서도 최상단에 위치하며, 사람보다 가끔은 한 수위다. 이성적이지 못 할 때가 늘어나며, 바보 같은 순간을 즐기게 된다. 운명이 있다면 그 사랑에 많은 것을 걸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란 가끔 한도치를 넘어 고장 날 때가 있는 법이다.
첫눈에 반한 '미사키'의 첫 손님으로 머리를 하게 된 '하루토'는 미사키의 실수로 귀를 다치게 된다. 그 사과를 빌미로 데이트를 요청하게 되고, 자신과는 다른 미사키의 용기로 포기했던 '사진작가'의 꿈을 다시 도전하게 된다. 그동안 귀의 상처도 아물고 회복했지만 흉터는 지워지지 않는다.
평생 남을 흉터를 안게 된 '하루토'는 이 상처를 볼 때마다 '미사키'를 떠올릴 수 있어서, 그리고 그때 귀를 잘려서 다행이라며 미사키에게 마음을 고백한다. 사랑할 때는 우선순위가 바뀐다. 얼마 알지 못했던 그녀가 내 삶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은 가끔 내버려 둘 정도로 사랑 외에는 모든 것이 단순해지기만 한다.
그러나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그렇기에 쉽지 않다. 마음과 상황은 항상 같을 수가 없기에 사랑은 어쩌면 완벽한 확률 게임이라 '운명'이라고 불릴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게 시작했다가 알지도 못하게 끝나는 얄궂은 관계에서 이별은 무덥기만 하다. '미사키'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와 잠수로 수많은 시간을 방황하며 미적지근한 일상을 버텨내고 있는 '하루토'는 미사키의 거짓말을 인정하며 그녀를 잊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사랑은 결코 '이성적인 과정'이 아니다. 그토록 애매한 것이기에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사랑의 흔적이 없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하루토의 흉터는 깊이 새겨져 지울 수가 없다. 평생 남을 상처를 안게 된 하루토는 마음처럼 '미사키'를 잊기가 힘들어질 뿐이다. 계절이 지나가듯 무뎌질 뿐이었다.
매번 느끼는 건데 일본 영화는 정말 과감하다. 숨 쉴 틈도 없이 감정 소용돌이가 쏟아지기 때문에 보는 이가 알아서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하는 건 필수다. 이 영화를 하루 만에 몰아봤다가 지독한 여운으로 감정이입에 벗어나기 힘들었다.
정말 작정하고 미사키한테 너무한 거 아닌 지, 운명이라는 게 있다면 꿈과 미래와 사랑 모두를 포기할 정도로 미사키가 얻어야 할 것은 뭐였을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미사키의 절망은 잎이 모두 떨어져 건조해진 가을 날씨와도 같다. 당연한 얘기지만, 하루토의 이별보다 미사키의 이별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찢어지는 고통이었을 테다.
미용사가 본인의 머리 관리가 안 된다는 사실부터 너무 티가 나는 장치가 아니었나. 흰머리부터 설마 했더니 생소하지만 아주 무서운 병 '조로증'이 발현된 것이었다. 그것도 미사키는 빨리 감기가 아닌 '건너뛰기 수준'으로 늙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사람은 무언가를 얻으면 뺏어가는 게 하늘이 정해 놓은 규율이라고 했다. 미사키는 두근대는 꿈과 사랑을 앞두고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갑작스러운 '병명'에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을 정리한 채 그곳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 과정에서 원체 긍정적인 모습이 빛났던 '미사키'가 증상 발현과 함께 꽃이 시드는 것처럼 총기가 사라져, 젊음을 시기하게 되고 조급하며 절망하게 되는 과정이 너무 지독하게 솔직해서 난생 이토록 잔인한 이별은 이어서 보기 힘들 정도였다.
사진작가인 '하루토'의 피사체에 한 번도 걸리지 않은 미사키의 모습이 안타깝긴 하지만, 마지막 하루토의 개인전에서 미사키와의 모든 추억을 담아 놓은 장소는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기억이라는 건 어쩌면 그 모습 그대로 그려져 있어서 아름다운 것일 테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하루가 몇십 년처럼 변해가는 미사키의 모습에 모두가 망연자실하게 된다. 그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아픔보다 더 마음에 아팠던 부분은 미사키 오빠의 노력이었다. 이 영화를 보며 번외로 '가족애'에 좀 더 마음이 기울었다.
어쩌면 연인에게는 잘 보이고 싶은 모습만 골라 인화하는 사진과 같다면, 가족에게는 실시간 동영상과도 같다. 부끄러움에도 거리낌이 없고 아픔은 숨길 수가 없다. 가족이란 건 먼저 기댈 수 있는 집과도 같다. 어찌할 바 없는 상황에서조차 가족은 어떻게든 하려고 한다.
설령 그게 거짓말일지라도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게 가족의 마음이었다. 미사키에게 가장 큰 울타리인 오빠가 곁에 있었기에 미사키는 남은 것이 없는 겨울에도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든 미사키의 순간을 알아채려는 오빠의 애쓰는 사랑이 눈물겨운 부분이었다.
네가 찍은 사진 속에서 나는 너와 같은 25살로 있을 수 있어
- 미사키
글 | 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