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그리움이 몰려오면 하늘을 보세요. 거기 하늘 무늬가 내 마음입니다. 그 무늬가 보여주는 것.
지금 보이는 저 뭉게구름은 가을 들판을 거닐며 떠나는 매미, 죽음으로 새 생명의 양분을 택한 숫 사마귀, 들판의 벼꽃을 노려보는 참새의 마음입니다. 비가 오는 날은 하늘을 올려다보지 마세요. 눈에 눈물이 들이닥칠 거예요. 그런 날은 창문을 닫고 통유리 안, 흔들의자에 앉아서 나무의 어깨를 후려치는 빗줄기를 구경하세요. 물방울과 황톳길과 길을 지우고 다리를 끊으며 행진하는 물줄기의 소리를 들어 보세요. 유독 하늘이 높고 바다보다 푸른 날이 있을 거예요. 그런 날은 소풍을 떠나세요. 어디든 들판이 보이는 곳, 나무그늘 아래 길게 드러누워 내 무늬를 바라보세요. 바라보다 천천히 눈을 감고 그 푸른 문으로 진입하세요.
거기 시간을, 공간을, 사람을, 관념을, 지워낸 텅 빈 무늬가 보일 거예요. 그 무늬 속으로 걸어오세요. 뜨거운 여름 에는 하늘을 올려다보지 마세요. 여름에는 지상에 내려와 두발을 땅에 심고 지상에 뿌려진 시간을 경작할 테니까요. 비 오듯 땀을 쏟으며 관념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모두를 태워버릴 테니까요. 그럴 때가 있잖아요. 살아있기도 숨이 찰 때. 관념 따위 스며들 틈이 없는 순간들.
그냥도 가끔 하늘을 보세요. 그럴 때 있잖아요. 삶이 심드렁해질 때. 약속도 기약도 없이 올려다 보아도 거기 내 무늬가 보일 거예요. 나는 이렇게 말할 거예요.
'내 마음이 느껴져요? 무늬가 보이나요?'
그 순간을 물감처럼 찍어 당신의 노트에 적어 주세요. 노트를 당신 가슴에 품고 가슴이 요동치거든 그 전율을 놓아주세요. 온몸의 힘을 빼고 죽음조차 받아들이세요. 그때 당신을 떠나지 않은 것들이 당신 앞에 알밤처럼 떨어져 있을 거예요. 당신은 그 밤들을 하나 둘 주워 모아 책을 엮어 주세요. 그 책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적어도 한 사람 정도는.
그리움은 녹슬지 않고 사라지지도 않아요. 그건 하늘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지금, 당신이 보는 하늘이 내 마음 무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