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낙엽처럼 툭 손을 놓고 떠내려 왔는데, 여기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한다.
토스카니의 주민들 같은 환대, 자욱한 개망초, 눈이 살아있는 아이들, 따듯한 질문과 반영, 뱀과 고라니 멧돼지, 허름한 건물, 호수... 저 호수에 가득한 수련들, 번지는 이름 모를 수초들, 정오의 산책.
문득, 새들의 울음소리가 아이들의 수다소리로 들려온다. 큰 뜻 없이 '잘 잤어, 모먹었어, 엄마는, 동생은 어디 갔어, 자벌레가 맛있어 아님 풍뎅이, 너도 다래 먹어본 거야, 아직 떫던데' 뭐 그런 말들이 들린다. 2025년 동창들 두 번째 30년 소풍 모임을 신청해 놓고, 침구들을 추스른다. 아마 많이들 수선해야 하겠지. 매 순간의 어떤 시간도, 바느질하듯 마름해 가야지 그렇게 한 땀 씩 선택한 문장이 생을 깁게 해야지.
실을 옹쳐 마감해 가며 다시 바늘귀에 실을 꿰어야지. 천천히 산책을 하다가 머리에서 다리까지 관통하는 생이 보이는 굵은 감정이 올라오면 그렇게 시동을 걸고 끝까지 질주해야지. 그 끝선에서 다시 돌아보며 새벽안개 자욱한 강물의 기미에 귀 기울여야지. 폭염, 소낙비가 번갈아 오고 가는 여름 안에서.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있어, 그리고 내 앞에는 네가 있어. 환한 미소와 함께 있는 그래, 너는 푸른 바다야]를 흥얼거리며 걸어가야지.
북한강, 새벽안갯속으로 강물이 걸어온다. 갈색 몸에 푸른 타투가 멋들어진 안전요원들이 밧줄을 던지면 조용하던 강물 속 물고기들의 입질이 분주해진다. 안전요원의 타투는, 일심, 용눈, 타이거 따위의 허세는 찾아볼 수 없고 정결한 매화꽃, 죽엽, 새의 깃이다. 깃이 움찔하며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여름 안에서,
그래 너는 호수고 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