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커니 앉아있다가 창밖의 노란 햇살을 보았네요. 아직은 갈색인, 깡마른, 바늘 같은 나뭇가지에 움틀거리는 봄동작이 아른거리는데, 인간의 먼지가 숨을 탁 가로막네요. 생각난 듯 봄 쪽으로 발을 디뎌 거리로 뛰쳐나왔네요.
참았던 숨을 푸우 쉬고 나서 봄숨을 한껏 품은, 아직은 차가운 공기를 흠뻑 마시려 울타리 밖으로 나왔습니다. 주름진 얼굴에 쭈글 쭈글한 미소가 번지네요. 친구가 귀한 선물을 보내주셨다는 소식이 왔네요.
경주교동법주[경주 최부자집의 가양주로 300여 년의 역사를 함께했으며 국가무형문화재 86-3호. 1986년
최 씨 가문의 며느리 배영신 씨가 기능보유자로 전수. 2006 년 3월 그의 아들 최경 씨가 2대째 전통재래식 방식으로 전수해 오고 있음]를 보내주셨어요.
마음을 물어주는 질문 만큼이나 귀한 헤아림이 고맙고 뭉클합니다. 봄볕 같은 마음이라서 그럴 겁니다.
어떻게 엿들었는지 바람이 찬 공기를 한껏 몰고 와서 수다를 떨며 등을 떠다미네요. 바람은 그방향을 알고 있으려니 하고 내맡겨 걸어갑니다.
사랑하는, "나의 응원군"[여백 전영애촌장]이 사랑하는 사람[영혼의 스승 쿤체시인의 사모님 부음]을 떠나보내고 안절부절못하시네요.
당신과 같은 마음과 허전함으로 걸어 봅니다.
여전히 뵐 수 있는 곳에 계신 게 감사하여 펜을 들었습니다.
50여 년도 더 전, 이즈음에 그래요 춘3월에 내가 태어났네요.
참 좋은 시절에 보내주셨구나, 하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되네요. 나는, 참으로 무심하고 옹졸한 자식이었구나 생각했습니다. 이즈음, 내가 나고, 더 푸르러지고 꽃피고 하는 시절에 어머니가 떠나시고 하나둘 응원군이 떠나갔지만 또 영락없이 새로운 응원군이 싹을 내고 움이 트고 살아지고 그렇게 생명이 이어집니다.
앞날에는 귀한 사람과 단둘이 당신을 보러 갈 수 있겠구나,에 생각이 이르니 발길도 그쪽을 향해가네요. 소설의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어요. 현실을 따돌리거나 앞지르는 글이 되리라는 장담은 못합니다만 가 보려고요.
올빼미,라고 제목을 붙이고 나니 또 수맥보다 깊이 숨겨있던 그리움이 들불처럼 일어서네요. 그래서 또 뽀얗게 그리움의 먼지만 뒤집어쓰고 펜을 던질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퍼질러진 자리에서 쓰러져 잠이 들면 오래오래 잠을 자곤 하지요.
마침표가 찍히지 않는 그리움 때문에 소설은 애초에 글러 버렸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어째요. 그게 나인걸....... 긴 잠에서 깨고 나면 당신의 마음을 꺼내 홍어를 안주삼아 한잔 마셔볼까 생각 중입니다.
월마토(3.30) 때 당신의 해맑은 미소를 볼 수 있다는 걸 넘어서는 설렘은 아직은 없네요. 아직은 찬 공기처럼, 찬 바람처럼 봄볕이 무르익으면 그 설렘을 모아 연등을 날려 보려고요. 송홧가루나 버들강아지 솜털 뽀얗게 묻은 연등을 날려보는 꿈을 꿉니다.
깊은 잠의 고요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