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의 온도 세 번째 이야기
지리산 둥지, 유평마을에는 지리산의 어머니가 산다.
모난마음 갈아내어 조약돌처럼 궁굴리며 어머니의 젖줄이 흐른다. 마르지 않는 어머니 젖줄은 가을바람을 흔들며 대원사 비구니들의 도포를 적시면 천왕봉 발밑을 지나 산청으로 스민다. 아들, 천왕봉은 의연하다. 우리 장남... 어머니는 아비의 바람막이로 살아낸 천왕봉의 세월을 느낄 때마다 입을 막고 두 눈을 지그시 감는다.
엄마의 젖줄은 위대하고 고귀하다.
격동의 세월에 머리가 희끗한 장남이 가을 산 중턱에 서있다. 천왕봉은 머리를 들어 어머니 쪽을 돌아본다.
해마다 이맘때쯤, 까치도 떠나버린 연시가 제풀에 툭툭 떨어질 즈음~ 가랑잎이, 단풍이, 햇살이, 하늘이, 눈부실 즈음, 유평에 사는 어머니는 안녕하실까.
저 멀리서 어머니가 소리 없이 속삭인다.
"동네로 떠난 동생들 소식 올려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미의 마음이 닿겠느냐?"
멍울진 가슴에서 흐르는 이 물줄기가 어디로 가는지 아느냐?
섣불리 돌을 세우지 마라.
동전도 던지지 마라.
까치가 남겨둔 연시를 탐하지 마라.
어미의 마음은 그런데 있는 게 아니다. 어미는 그저 흐르는 데 있다. 마르지 않는 데 있다.
햇살 가득한 유평마을에 가을이 깊어간다. 거기 어머니가 산다.
오늘 어머니는,
가슴을 드러내고 햇살 가득한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