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소설 13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할 때, 숙은 즐겁고 행복하다. 일이 즐겁고 설레는 숙은, 인생이 즐겁다. 일생, 1등 아니면 안 되었던 엄마는 행복도 2등을 허락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어머니의 5년은, 진짜 어머니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어머니는 어떤 일을 앞장서고 싶으셨을까. 바람이 휘도는 차귀도 붉은 화산송이를 쓸어내리며 파도가 친다. 어머니의 설렘이 회오리바람을 일으킨다. 엄마가 뿜어내는 바람의 진원지에서 자란 딸은 일생을 흔들렸다. 딸은 흔들릴수록 깊이 뿌리내렸다. 흔들릴 때마다 씀바귀 고들빼기의 진액이 되는 어머니의 피, 붉고 따끈한 피. 그 피의 농도를 어찌 몰라보겠는가.
코로나가 창궐해도, 때로 하늘길이 끊어져도 화난 바람이 힘센 태풍을 몰고 와도 숙씨는 주저앉거나 어깨나 등을 보여 생의 눈을 피한 적이 없다. 하물며 생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이고 주저앉아버린 적도 없다.
인생이 흔들릴 때마다 운명의 눈초리를 뚫어질 듯 바라보며 '그래 그렇다 이거지, 그래 와라 와보거라 인생아' 하고 외쳤다.
숙은 일이 즐겁다. 하물며 인생이 즐겁다. 저기 단단하게 생의 멱살을 쥐고 세상의 낮고 습한 곳에서 환하게 웃는 숙이 걸어온다. 바람이 불어도 비가 쏟아져도 '진짜 자기'를 찾아가는 숙의 걸음걸이는, 깃털처럼 가볍다.
바람이 분다. 숙의 등뒤에서...... 다시 봄햇살이 쏟아진다.
바람이 지나가도 햇살이 머무는 곳에서 숙이 환하게 웃는다.
차귀도에 바람이 불고 바람의 딸 숙이 맨발로 섬을 쓰다듬는다.
섬바람은 숙에게 그리운 어머니다. 그 웃음이 파도를 몰아붙여 독수리 바위를 친다
바람의 딸 숙이 뒤돌아 보며 환하게 웃는다.
<2025.3.14 차귀도에서 ^숙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