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소설 14
빛, 바람, 물, 공기가 들어올 틈이 있다면, 나무가 살텐테. 그 한 줌 빛 바람이 지날 만큼의 틈이 있다면 사람도 살아날 텐데 이웃도 친구도 나 아닌 그 누군가 다른 사람이 살아날 텐데.
당신, 오늘 같은 날은,
옷깃여미고 부츠 신어요. 속에는 폴라티 외투는 가벼운 거로. 머리는 털모자 올려 쓰고 눈이 쌓이면 털어요.
당신은 눈부시게 겨울을 견뎌셨으니 춘삼월의 눈발은,
그저 눈요기에 차마 호사예요. 능선에 메아리치던 개구리소리가 잠시 멈추었네요. 목청 가다듬고 잠시 봄노래 선곡하는 시간. 이제 선곡 말고 당신이 봄이 되세요. 빛이 바람이 지날 틈이 있으면 당신 생에 아직 열지 않은 문이 있으니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오래 내쉬어요. 그 숨이 긴 호흡이 능선 너머 불곡산 영장산 백두대간 지 나 백두산 몽블랑 히말라야 설산을 지나 초승달에 닿을 거예요.
춘삼월 폭설은 당신을 깨워 숨 쉬게 할 거예요. 깊고 고른 호흡 오래오래 이어 줄 거예요. 그러니 가슴을 펴고 눈 내리는 하늘을 보고
당신 앞의 삶 속으로 잠수하세요.
숨이 트일 때까지....
<0316. 남이천 휴게소 B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