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의무 새

60초 소설 19

by 소요 김영돈

의무 새는 두 날개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 안 는다. 집에 도착해 보니 머리가 얼얼하다. 그녀 자신의 주먹이 사정없이 머리를 때린 것이다. 그녀는 그 새의 이름을 ‘의무 새’라 불렀다. 가장 위쪽을 차지하기 위해서 밤늦게까지 스스로 다그치며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 결과는 1등이었지만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1등이 존재했다. 1등들끼리 모여있으니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어느 순간 그녀를 키워준 의무 새는 날아가지 않고 그녀의 가슴 한가운데 ‘또 하나의 자아’로 둥지를 틀었다. 그녀가 쉴 때, 환하게 웃을 때, 천천히 산책할 때, 고개를 들어 나무와 새를 볼 때마다 의무 새는 재잘거렸다. 그래서는 안된다고. 그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의무 새는 수시로 나타나 그녀가 평온하게 즐겁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못 견뎌한다.

의무 새가 날개를 퍼덕이기 시작하면 그녀는 머릿속이 백지상태가 되면서 무장해제 상태가 된다. 의무 새의 날개는 그녀의 머리를 때리기 시작하고 눈앞에 눈보라 같은 환영이 떼로 몰려든다. 환영은 ‘현실의 그녀’를 끌어내 수만의 의무의 화살을 쏘아댄다.

‘너는 왜 그러고 있는 거야, 이대로는 안돼, 네 꼴을 좀 봐, 기억나 네가 얼마나 느슨한지, 어제 너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자는 실은 칼을 숨기고 있는 거야, 이봐 제발 정신 좀 차려!’

그녀는 매일 의무 새에게 쫓긴다. 밤이 늦도록 그녀를 잠 못 들게 하고 지치게 한다. 그녀는 그녀 안에 둥지를 튼 의무 새가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세고 두려운 새라고 여긴다. 그녀가 눈이 시뻘건 의무 새로 변하여 날아왔다. 자세히 보니 그 새는 세상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의무 새였다. 다만 많은 사람은 자신의 허락 없이는 의무 새가 원하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녀의 마음 한편에 이런 말이 개울처럼 흐른다.

“나는 네가 ‘기쁨과 숙면, 평온’을 먹는 새였으면 좋겠어. 그게 안 되면 조용히 떠나 주었으면 해. 이 방은 내 방이고 주인은 나야!”

그녀는 이런 말이 흐르는 개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물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며 외친다.

“너는 왜 그러고 있는 거야, 이대로는 안돼, 네 꼴을 좀 봐, 기억나 네가 얼마나 느슨한지, 어제 너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자는 실은 칼을 숨기고 있는 거야, 이봐 제발 정신 좀 차려!”

나는 조용히 내 안의 의무 새에게 물었다. “너 혹시 고뇌나 보람도 먹니?”

<2025.4.23.~24. (모가, 00 씨의 의무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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