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소설 20
하얀 백합, 하얀 민들레, 하얀 구름, 하얀 모래사장, 하얀 백합조개.
당신이 개망초 만발한 들판을 맨발로 걸어오며 손 흔든다.
백합조개를 냄비에 넣고 당신이 말한 순서를 아무리 되새겨 보아도 생각나지 않는다. 센 불로 한 소 뜸 끓여 내라고 말했는지 약한 불로 오래 졸여내라고 말했는지, 모두 살아있어서 아무래도 괜찮다고 한 건지. 생각하는 동안 백합조개가 하얀 거품을 뿜어낸다.넓은 바다, 모래 벌에서 참았던 날숨을 내뱉으며 둥둥 떠오른다.
마음을 우려내 줄 수 있는 게 백합이상이 있을까.
뭉게구름 같은 거품을 걷어내니국물은 어머니의 초유 같다. 뜨거운 국물을 한 모금 삼키니 국물이 목젖을 타고 넘어가며 가슴을 적신다.
'뽀얀 국물이 우러나면 남기지 말고 모두 마셔요. 두릅은 순으로 뼈를 세우니 살짝 데치시고 머위는 쓴맛이 살게 꼭 짜서 한 장씩 펴드세요.'
창을 열어 보니 4월은 녹음방창,
'코모레비' 바라보니 세찬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든다.
당신이 꿈꾸는 '나라', 당신이 당도하고픈 '시', 당신이 떠나고 싶은 '여행지'가 내 소설의 마을에서 만날 수 있을까.
'소설을 지으려 마세요. 그저 맡기고 나를 우려내세요'
소설이 되지 못한 산문들이 실타래처럼 풀리며 5월로 넘어간다. 4월 코모레비는 백합에 눈물겹다.
<2025.4.30. 백합조개를 끓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