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소설 30
[20241024~20250707]
'그 누구든, 2년이면 종식시킬 수 있다'.
'그 누구든'에는 권력, 재력, 지력, 심력까지도 포함될 것이다.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A센터 옆 공원에는 늙수그레한 사람들이 줄을 선다. 딱 '그 누구의'아버지나 어머니, 이모, 삼촌쯤 되는 50 후반에서 80대까지. 다양한 복장과 표정이지만 앞니가 빠지고, 지팡이를 들고 셔츠주머니에 담뱃갑이 권총처럼 채워져 있는 것은 한결같다. 개중 바지를 무릎까지 올린 사람들의 다리는 모두 진물 이 나거나 퉁퉁 부어 있다. '하루 한끼'정도는 줄 수 있는 나라, 몸만 성하면 한끼 정도는 보장되는 복지. 무료급직자들은 한끼로 몸이 성할때 까지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한끼로는 무너지는 몸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몸을 보살피고자 건강봉사활동을 시작했었다. 가장 효과적이고 가성비 높은 방법 중에 하나가 침, 뜸, 약 을 동반한 경혈자극, 자연치유, 경락, 접골 등이다. 그 봉사를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300명이상의 누적 치유자가 생겼다. 봉사시작 2개월째, 무료급식자를 가장해 봉사단을 고발한 사람이 있다. 봉사자들은 치유봉사를 위해 토요일을 반납하고 천안 서울 창원 용인 등에서 달려온 사람들이다.
'침을 놨다'는 고발이다. 고발자는 전직고위 경찰간부였다.
'인생 2막'으로 파파라치를 택한 사람이었다. 그를 한자 이름으로 뜯어보니 '크고 선한'사람이었다. 퉁퉁 부은 다리에 소독약을 뿌리며 혈을 짚어주던 봉사자들은 고발장접수 후 6개월 동안 '경찰소환, 심문, 기소 약식명령 징계 재판 1차, 2차,... 6차'까지 영혼을 털렸다.
줄잡아 70여 년간 털리는 조선의 침구사들.
1 침, 2구, 3 약이라 했다. 약, 뜸보다 침이 효과가 빠르다는 의미다. 유독 효과 빠른 '침시술'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나라, 동방예의지국 조선. 내 밥그릇에 손을 대는 자에 대하여 유독예민한 나라에서, 효과빠른 침술의 수난역사는 조선의 수난역사와 비례한다.
봉사자들은, 처음 당해 보는 '의심, 질타, 협박, 추궁, 지연' 등의 수법에 지칠 대로 지쳐 '이제 다시는 봉사 같은 거 안 한다'라고 말했다. 퉁퉁 부은 다리에 진물을 짜내고 소독을 해주는 모습을 CCTV로 반복해서 보던 판사는 말했다. '교묘하게 안 보이네, 침놓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속이는 것 같다'라고. 미루고 또 미루며 추궁했다.
아, 그래서 20세기 조선의 수괴가 된 자가 누구든 보낼 수 있다고 했구나.
그간 계엄이 있었고, 저항이 있었고 민주주의가 서릿발을 맞았고 봉사자들은 피의자 신분을 내란수괴보다 더한 취급을 받으며 농락당했다. 봉사를 시작 할 무렵에 '어머니, 아버지'부르며 진물 난 다리만 주무르다 당하기 시작한 6개월의 봉변.
6개월 후 그들은, 말수가 줄고 눈이 퀭해졌다.
그들은 2025년 7월 7일 법정을 나서며 말했다. "각자 식구들이나 돌봅시다. 오지랖 떨지 말고, 일침에 그토록 목을 매는 이유는 한 방에 끝낼 수 있어서지요." 70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핍박의 속내는, 각자의 욕망을 욕망한 결과가 아닐까? 사람이 아픈데, 욕망은 욕망을 딛고 고개를 들어 각자의 욕망으로 향한다. 그욕망을 보고 불편한, 나는 누구인가? 불현듯 마하리쉬의 책을 빌려가 10년이 넘도록 반납하지 않고있는 '그녀'의 소식이 궁금하다. 소문으로 들려오는 흉흉한 소문. 그렇게 답답할 때는 침통을 꺼내 수승화강을 하여 숨을 돌린다. 살다보면 일침이 간절할 때가 있다. 온몸을 전율케 하는 자극이 필요할 때. 그래서 수백명의 사람들이 소문만으로 A센터에 몰려들었던 것이다. 여기서 침으로 수승화강을 할 수 있대서... 왔어요.
그럴 때가 있다.
아픈척하며 비수를 숨겨야 할 때, 숨을 다스려야 할 때.
나를 뒤통수까지 봐야할 때.
윔블던 100승의 프로 조코비치를 조심해야 할 때가 있다. 갑자기 그가 절뚝거릴 때다. 나는 안다 그가 숨을 고르며 영점을 조절하고 있다는 것을. 1세트에 6:1로 패했던 그가 아침에 일어나 보니 2.3.4세트를 모두 6:4로 제압했다.
2025년 윔블던, 7월 7일 날 노박 조코비치가 절뚝거리며 1세트를 마치고 걸어가던 모습이 선하다.
경기 시작도 전에 유리멘틀에 사람만 좋은 사람들은, 해장국 국물을 꿀꺽 삼키고 깍두기를 씹으며 말했다.
"이제 여기 안 와도 되지? 정말 지긋지긋 한 나라야"
[2025. 07.07. 00 법원 앞, 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