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매미소리

60초 소설 31

by 소요 김영돈

<초원의 빛>

https://youtu.be/6L-_DiZlrUI?si=p9q0lduAoOaKaDiN


저수지, 수초, 물방개, 소금쟁이, 억새, 누런 밤꽃, 벌레 먹은 적자두 두 알, 호박넝쿨, 옥수수 그리고 첫 매미소리....

화덕 위의 고구마 같은 얼굴로 웃는 사람들. 귀갓길 마음이 초원의 빛이었으면 좋겠다. 이 작은 연대가 연을 피우며 서로를 보듬어 갔으면 좋겠다. 무장무장 피어오르는 내일 아침, 첫새벽안개가 한차례 소나기를 내려줬으면 이 저녁, 달맞이할 맛이 나겠다.


매미소리 잦아든 저녁, 올여름 내내 울게 될 매미의 7일이, 7년의 기다림을 무색하게 충만하기를.


일터의 저수지가 때로는 쉴만한 물가이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밭의 거울이기를.


아이들의 구릿빛 얼굴에 용기를 북돋우기를.


이곳 저수지에는 상처받은 영혼들이 몰려왔다. 아니 쫒겨온것일지도 모른다. 애당초 저수지가 아니면 세상 어느 곳에서도 치유받을 수 없는 상처, 오래도록 마음속에 켜켜히 쌓인 '고뇌의 겹'들이 물 바람 햇살 공기에 씻겨나가지 못한 채 수초처럼 수척한 모습으로 몰려와 산책을 시작했다. 그해 산책은 매미의 통곡부터 매미의 껍질을 모두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죽음 직전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 '모가'는 '어머니의 집'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2025.7.9. 모가, 어머니의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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