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소설 35.
서른의 강을 건너는 동안 내 몸에 방부제가 들어섰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병이 도졌다. 의사는 언제나 그랬듯 ‘기다려 보자, 지켜보자’라고 말했다. 사회는 수년간 나를 수락하지 않았다. 내 몸 어딘가에 유효기간이 지난 것들이 들어있나, 의심이 들었다. 피부병이 도진 건 틀림없이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다. 가족내력에 피부병은 들어보지 못했다. 굶자, 결심하고 밥을 한 끼로 줄이고 걸었다. 시도 때도 없이 걸어서 좀 머 씨처럼 쏘다녔다. 특히 긴 밤을 보낼 저녁을 굶고 걸어 다녔다. 비가 오는 날에도 빼먹지 않고 걸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를 호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운명하셨습니다’이래로 처음 들어보는 소리. ‘합격하셨습니다’
‘거기는 말이야, 나대지만 않으면 30년도 문제없어’ 아버지는 탐탁잖아 하시면서도 자신이 걸어온 길이라서 긴말은 삼가셨다. 부패한 속을 다스리고 나서 얻은 일자리였다. 밥을 굶고 피부병이 점차 사라지면서 깨달은 게 있다. ‘뭐든 시도하고 통과해야 해, 안 그러면 평생을 알맹이 근처를 맴돌아야 해. 이 나라에서는 남들의 시선이 나를 추동해(내 안의 내가 아닌)’ 오랫동안, 내 안에서는 에고라는 방부제가 자라고 있었다. 남들이 부추긴 내 안의 방부제. 그건 잠깐 몸을 성하게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마음의 유효기간을 단축시켰다. 지금 나는 피부병이 사라졌다. 일자리가 생기고 인간관계와 소속감이 생겼다. 마음속에 께름칙한 게 떠오른다. 이제부터 진짜 방부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하지만 지금, 나는 좋다. 나는 자축하는 의미로 설탕 모양의 방부제가 든 비타민제 한 병을 샀다. 순간 다시 피부병이 도지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나는 설탕 모양의 방부제를 뜯어 비타민제 위에 털어 넣고 통째 마구 흔들어 길 위에 쏟아낸다. 울긋불긋한 알갱이들이 길가로 퍼져 풀숲으로 사라진다. 대신 좌판에서 붉은빛이 도는 금빛 자두를 한입 베어 문다. 5년째 자두를 키워온 농부에게 물어보았다. 자두가 참 탐스러워요. 어떻게 이렇게 튼실해요? 우리 집 앞의 자두는 두 개 열리다가 그마저 산까치가 따먹었는데.
“듬뿍 뿌려야 해요. 그거 없이는 어림도 없어요”
“네?”
“뭘 그렇게 놀라세요. 약이요 약!”
(모가, l 씨의 방부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