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의 온도 18. 봄, 5월 동주

by 소요 김영돈

5월동주(吳越同舟)가 간다.

연두가 노랑을 보내고 초록으로 걷다보면 붉은 철쭉도 시들고 흰 철쭉이 아카시아와 희롱하다가 얼키고 설켜 진흙이 된다. 그 진흙을 모아 당신을 위한 찻잔 한 개를 빚다가 봄 한철을 보냈다. 아~봄은 늘 이렇게 적의 가득한 사람들끼리 한자리에 동석하여 술을 마시다 얼싸안고 헤어지는 계절인가. 환멸, 비애, 야비, 연극과 연극 그리고 시, 그렇지 시가 있었지.


시를 쓰려다 시덥잖은 말만 잔뜩 쏟아내고 돌아섰다. 그 생기를 잃지 않으려 몸부림치다 일어서 돌아보니, 다들 제 집으로 향한다. 생의 파도는 사시사철 그칠 줄을 모른다. 집으로 가는 길에 따라오는 초승달을 본다. 봄의 연두를 닮은 핏빛 달. 달이 따라오며 말을 건넨다. "근심 걱정 마. 봄은 짧고 여름은 길어, 네앞을 가로막고 있는 그 문을 두드려봐. 열릴때 까지 계속 두드려봐. 네가 열지않은 단 하나의 문은 곳 닥칠 여름에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래, 여름이 있었지. 거기엔 장미와 튤립이 있어. 겨우내 침묵하다 봄의 난장에도 꿈쩍 않던 장미. 아, 여름에는 장미 가시와 튤립의 뿌리가 있었지.

그 어여쁜 여름의 여인들이 예쁘게 단장하고 다가와 "그래 너는 나의 바다야"하고 말해줄지도 모르잖아.

혹시아니 하늘은 너를 향해 열려있을지.

파도가 그치면, 그건 바다가가 아닌거지. 생의 고뇌가 멈출즈음 죽음이 임박한 거니까.

유한의 삶에서 우리가 마주한 5월동주(吳越同舟)가 간다.


괜찮다고 말하지 말것, 주저 앉지도 말것, 파도를 두려워하지 말것, 쉬이 햇빛에 노출하지도 말고 웃을땐 참지 말것.


가보지 않은 길은, 혹시 모르잖아.


앞날에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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