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의 온도 6. 소와 게와 마사코

by 소요 김영돈

내가 줄 수 있는 게 그림뿐이어서.

감자 시래기 한 묶음 주고 떠난 이웃에게 줄 것이 없다.


모델이 된 당신의 주름에 목탄연필이 멈춘다.

초상화를 받아 들고 떠나는 당신의 어깨너머로 팽나무 싹이 돋고, 멀어져 가는 발자국에 파도소리 들려온다.


남덕(마사꼬), 당신과 함께한 1년은 내 낭만의 하이라이트였다. 퀭한 눈을 쉬게 해 준 해변의 물놀이, 아들의 목마, 당신의 냄비에 담겨있던 새끼게들, 소의 초상화, 사람의 초상화, 초상화 초상화, 초상화.


아들의 목마태우고 나면 허기 속을 파고드는 소의 콧바람

"훌륭하고 귀여운 나의 사랑이여! 따뜻하고 따뜻한 입맞춤을 몇 번이고 길고 길게 오래오래 받아주오."


남덕님, 나의 마사꼬여!

내 혼령이 떠도는 이 땅에, 내 몸 둘 곳이 없다니. 남을 남으로 도망치다 남녘에서 만난 애달프고 그립고 서럽던 당신과의 인연도.... 돌아보니 낭만이요, 순정이요, 아니요 한편으로는 사치요 지아비의 몸부림이었소.


술과 담배에 저려진 육신을 빠져나온 중섭을...... 비웃지 마라. 피카소를 추켜세우지 마라. 함부로 보헤미안을 거론하지 마라. 중섭의 온령이 368개의 오름을 타고 제주를 휘돈다. 그립고 그리운 마사꼬, 나의 남덕아.


목련이 핀다. 살아야겠다.


목련이 진다. 그래도 살아야겠다.

이전 05화팽이의 온도 5. 작별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