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의 온도 5. 작별하지 않는다

by 소요 김영돈

작별인사, 못하고 떠난 님처럼 눈이 쏟아졌어요. 모퉁이를 돌아 아득하게 또 1년, 아니 기약할 수 없는 만남을 어쩌나, 했는데.


당신 입춘 우수지나 개구리들이 기지개 켜고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는데 알몸에 맨발로 달려와 와락 안긴다. 이런 마음 남기지 말고 겨울을 보낼걸 그랬어요. 내가 늘 이래요. 서둔다고 놓치고 기약하고 놓치고 헤아린다고 놓치고... 그렇게 놓친 마음이 이렇게 와락 당신을 힘들게 해요.


하늘 가득 뿌린 꽃잎은 보도에 아스팔트에 진창으로 녹아내린다. 설익은 그리움이 녹아 꽃잎처럼 흩날린다.

저기 남도 가득 꽃봉오리가 진군하는데 꼭 안은 당신의 팔도 입술도 다리도 가슴도 심장도 힘없이 녹아내리네요. 오롯이 당신의 그리움의 백설만 눈부시게 부릅떴네요. 다 보여요. 당신이 얼마나 힘을 주고 있는지... 힘을 줄수록 더 녹아내리는 그리움의 순간들.


눈이 부셔요. 햇살이 나기 전에 이 소식이 봄 귀에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 녹아내려도 좋으니 잠깐이라도 이렇게 가끔씩 그리운 것들이 왔다 갔으면 좋겠어요.


꼭 요만큼 만이라도.

녹아내려도 좋으니 이렇게 불현듯 다녀갔으면 좋겠어요


미련 남기지 않으려고 매일 소진하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지금, 오늘 여기서 매 순간 소진하며 맨몸으로 맨발로 눈밭을 달려보기도 했던걸요. 늘 남는 게 그리움 같아요.


어제 능선 가득 울려 퍼지던 알몸의 개구리들은 어쩐대요? 귀 기울여보니 숨소리도 멎었어요. 다시 땅속으로 들어갔나? 너무 놀라 기절했나? 모두 알몸에 맨발들이었는데, 거기 그리운 맹꽁이도 섞여 있었는데. 당신의

작별인사 때문에 여럿이 놀랐어요. 설마 얼어 죽지는 않겠죠? 그리움 때문에 얼어 죽었다면 누가 믿겠어요. 그저 녹아내렸다고 정할래요.


이제는 작별인사 같은 거 남기지 않고 살아가려고요.


그래도 남는 게 있거든 알몸으로 봄들판을 노려보며 그 한가운데로 질주할래요. 진창의 웃음들도 헛헛하게 녹아내리도록.......


수미, 주순, 식, 문, 구, 태, 세, 순.......


작별인사는 받지 않으려고요.


오늘 능선에서 개구리가 울면 가만히 듣고만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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