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진 씨의 님그림자

60초 소설 41

by 소요 김영돈

'풍성한 삶으로의 초대' 7주의 만남 소식을 듣고 진 씨는 안절부절 못했다.

또 무슨 말을 해야 하니? 마태복음부터 다시 한번 들었고 또 몇 번이나 성경을 뒤적거렸다. 아무리 읽어도 아내의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는 그 책을.


님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님 따라, 님을 위해, 아니 가족을 위해 성전에 들렀는데 님은 성전에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먼저 떠났다. 님떠난 성전에 덩그러니 홀로 남아 갈 곳을 잃었다. 님따라 습관적으로 예배를 드리고 찬송을 따라 부르다 홀로남은 지 2개월. 주의 종은 매주일마다 내 귀에 천국으로 떠난 님의 소식을 전해온다. '당신을 보고 있다고, 보니 고맙고 미안하다고 잘 살아달라'라고 하신다며.


내게는 동화, 전설, 역사와 같이 다가오는 성경은 내내 침침한 눈앞에 아른 거리고 전하는 말씨는 귓전에 맴돌다 떨어진다. 믿음의 강을 넘어 신앙이 삶이된 성도들의 온유함과 밝고 명랑한 환대는 내내 '내가 머물 곳'을 알려주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당신은 어디로 떠나갔는가,

당신은 그리던 천국에 도달했는가' 수천번 내뱉은 질문을 또다시 사람들 앞에서 반복해야 하나, 망설이다 또 발등을 찍는 소리를 했다.

'나는 특별히 아프다고, 나는 아직 천국을 모르겠다고, 힘들다고. '풍성한 삶'이 웬 말이냐고, 가랑잎같이 메마르고 막막한 빈 방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고'


3명의 도우미와 5명의 신입자매들은 말했다. '당신은 특별하지 않다고, 다 아프다고, 당신은 조금 다를 뿐이라고 1/8만큼 다른 거라고'


"맨날 이렇게 만나요? 초대라는 게?"

"네, 일곱 번 모두 이런 식이예요"

"나는 내내 걱정하고 성경을 마태복음부터 읽어왔는데 안 밀리려고 더 밀릴 데도 없어서 두려워서 성전에서 시기심이 생기지 않게 하려고"


"제일 앞서가셨어요. 그냥 좀 쉬어가셔도 되세요. 이건, 진심이에요"


'진심'이란 말이 낙엽처럼 가슴에 툭 떨어졌다. 동시에 님그림자가 잠시 사라졌다.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집으로 향한다.


'다 아프다, 조금씩 다를 뿐'


낙엽뒤에 숨은 님그림자가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사그라진다.


'나, 지금 여기 이렇게 살아가고 있소. 많이 보고 싶겠지만 우리 조금만 참아요.'


진 씨는 창문을 활짝 열고 '풍성한 삶으로의 초대' 첫 장을 펼쳐본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한다.


"아들, 오늘 저녁은 가을전어로 먹자. 집나간 며느리 돌아오게"


진 씨의 말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생기가 넘친다.


<2025.9.21. 풍성한 삶으로의 초대 첫 만남에서 박 0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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