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현해탄 우진 씨

60초 소설 43

by 소요 김영돈


굴레, 모두가 꿈꾸는 미래가 그에겐 굴레였다. 부모의 탄탄한 '가계, 부, 인맥'. 그 동아줄을 잡고 건너지 못할 강이 있으랴. 하지만 우진은 그 줄이 멍에였던 거다. 자유와 본능, 자유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욕망의 구속. 달아나도 마무리 달아나도, 자유가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지. 욕망이라는 한계. 그래서 늘 기억하라는 거야 죽음이라는 걸, '그 말이 왜 그렇게 명언일까.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막연한 자유와 본능을 외면한 자유'안에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


사랑, 아~광막한 광야보다 더 아득한 사랑이여.


죽음에는 두 개의 모양이 있을진대 하나는 빛이요 하나는 어둠이라. 시대여 땅이여! 이 둘을 안고 서성대는 저 수많은 사람들의 눈빛을 살펴보라. 피안 이편 안전구역이라 여겨진 곳이 과연 죽음의 안식보다 더 안전한 지를. 나의 이야기가 역사가 되지 않는다면 죽음은 또 다른 고난의 시작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우진은 알았을까?

아마 그는 짐작했으리라는 께름칙함이 죽음을 찬미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 심덕과 우진의 발걸음을 짐작한다. 그 느낌이 가슴 어딘가 웅숭거리면 사랑이라는 지긋지긋한 화산을 일평생 안고 살아야 한다는 걸, 우진은 눈치챘고 심덕은 받아들였다. 눈앞에 시퍼런 죽음을 놓고서.


'우리가 땅을 잘못짚었나 봐요'

'아니, 땅이 문제가 아니요'

'그럼 시절인가'

'것도 아니요'

'그럼......'

'인간이란 자들의 업보요. 그냥 살 수 없는 나의 업보고 자유를 갈망하는 당신의 업보이자 사랑의 업보요'


사랑이란, 업보요. 목숨을 건 업보.


'죽음의 찬미'

죽음은, 우진에게는 준비하고 기다리던 손님이요, 심덕에게는 우진과 함께 떠나는 소풍일터다.


<2025.10.5 사의 찬미 김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