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소설 44
우주 은하계 태양계의 지구 그 창백한 푸른 별에 동방의 작은 나라 길섶에, 코스모스가 비를 맞고 있다. 연일 가을비가 내려서인지 몸을 가누기 어려워 보인다. 뒤척이는 빨간 꽃잎을 보고 개망초가 무릎을 내민다. 개망초의 노란 입술이 코스모스의 붉은 입술에 입을 맞추자 코스모스는 다리를 몇 번 버둥대다가 조용해진다. 한 잎 두 잎 낙엽이 떨어져 둘 위를 덮는다. 순간 창백한 푸른 별이 진저리를 친다. 코스모스는 개망초 몰래 텀벙 눈물을 흘려 빗물에 쓸려 보낸다.
별이 말한다.
“어느 날 너의 이야기 속에 네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야. 그때는 오늘을 기억해 내가 왜 창백하고 푸른지. 그리고 앞으로 계속 살아가. 두리번거리지 말고”
“너는 누구야 왜 그토록 창백하게 빛나는 거야 속이 거북한 사람처럼”
“암(癌)에 걸리기 쉬운 체질로 태어났대. 다른 별보다 8할이나 더 발병률이 높대 그래서 푸르고 창백한 거야”
“그럼 오래 살겠네. 더 살피고 사유하며 살 테니까”
“그러게 벌써 45억 4천만 살이니.”
“인생은 어느 쪽이지? 어떻게 와 왜 중에서 말이야.”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가운데에 계시니 그는 구원을 베푸실 전능자시라.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 하리라. 스바냐 3장 17절」
‘여호와로 말미암아 ㅇ민 씨가 아니라, ㅇ민 씨로 말미암아 여호와가 기쁨을 이기지 못하신다’라는 말에 ㅇ민 씨는 몸 어느 쪽, 이번에 다시 재발한 부위가 무너질 듯 욱신거린다. 명령에 불복할 구실을 찾다가 ㅇ민 씨는 우산을 던져버렸다.
너로 말미암아 함께하는 내가 기쁘니 명하노라.
노래하라!
기쁘게 노래하라!
즐거워할지라!
하염없이 비가 내려 가을을 앗아가고 있다. 코스모스는 쓰러진 허리를 일으키며 젖은 꽃잎을 툭툭 털고 일어선다. 코스모스가 일어선 자리를 바라보며 ㅇ민 씨는 들길을 걷는다. 코스모스가 ㅇ민 씨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여기저기서 일어선다.
조금 휘청이지만 오래오래 들려올 소리이기 때문이다.
<2025.10.12. 은하 태양계 지구별 성전, 00 민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