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소설 46
포교원 뜨락에 거미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ㅇ경 씨는 반가운 손님을 예견했다. 굴곡이 단단한 어깨는, 바지런한 어미의 무게로 단단하다. 아니다 단단하지만 터치에 따라 금세 유연해진다. 그만큼 ㅇ경 씨는 속내를 내주는 엄마다. ㅇ경 씨는 도려낸 서혜부 임파선이 표시 나지 않을 정도로, 퇴원한 지 두어 달 된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성큼성큼 잘도 걸었다. 해거름 무등산은 석양이 무릇무릇 나무사이를 비추었다. 나무에 불이 붙은 듯 코모레비가 나무둥치에 무늬를 만들었다. 주상절리가 석양을 보러 걸어오고 있었다. 8천만 년의 인연을 구경하려는가. 친구를 더 오래 보고 싶어 ㅇ경 씨는 상경하기 좋은 나들목에 친구차를 주차하고 자신의 차로 친구들을 무등으로 이동시켰다. '좀 더 오래 보고 싶다고, 떠날 때 편안하라고'
ㅇ경 씨의 폼나는 차는 두 아들을 포함한 세 남자가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 선물이라고, 원하는 곳 마음껏 가보라고'.
그녀는 목련 같은 미소에 폭포 같은 웃음소리를 가졌다. 카풀 내내 미소와 웃음이 가득했다. 그녀는 2024년 11월, 5차 항암 때 세째손주가 태어났다고 했다. 손주 때문에 환우들보다 빨리 퇴원하고 더 빨리 회복 중이라고. 11월 2일에 티베트 달라이 라마를 친견하는데 몸만들기 중이라고 이생에 마지막 꿈을 최초의 꿈으로 이루겠다고. 덕분에 18,000보를 걸었다며 웃는다. ㅇ경 씨의 선한 눈과 흐드러진 웃음소리에, 아직 물들지 않은 단풍이 수줍게 웃는다. 단풍은 웃으며 조금씩 붉어진다. 석양은 ㅇ경 씨가 올라오길 기다렸다는 듯 양팔을 올리며 빛을 뿌린다. 무등의 산자락 아래 심장모양의 '광주'가, 그 빛의 고을이 벌떡벌떡 뛴다. 그 박동소리가 무등에 서서 내려다 보아도 들린다. 석양이 진다. ㅇ경 씨의 '엄마의 온도'가 1도 상승한다. 두 아들 두 며느리 세 손자, 선한 남편, 모두의 엄마인 ㅇ경 씨의 성품은 태생부터 바다이고 산이었을 것이다.
석양은 ㅇ경 씨의 얼굴과 자궁 속을 지나 수술자국을 아우르고 산 너머로 조용히 진다. 그 잔상이 눈부시다. 가을 저녁, 석양을 넋 놓고 바라보던 거미가 처마 밑으로 다시 올라간다. ㅇ경 씨는 친구의 뒷모습이 모퉁이로 사라질 때까지 서 있다, 사라진 빈 나들목을 고즈넉이 바라보다가 세 남자가 사준 차에 올라탔다.
무등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잦아든다.
'내일은 4 천보를 걸어보려고요'
ㅇ경 씨의 다음 포행 계획이다.
[2025.10.23, 무등산에서 최ㅇ경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