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적자두

60초 소설 48. 적자두

by 소요 김영돈

적자두, 두어 개 열렸을 때 나무를 흔들어 1개를 떨구어 먹었다. 붉은 과즙을 먹고 하얀 씨를 나무 아래에 던져두었다. 적자두는 잎과 열매 색이 비슷하여 햇빛에 반사되는 걸 보고 열매를 찾을 수 있다. 그 여름, 열매가 그렇게 귀하게 열리는 게 궁금했다, 속이 붉은 자두 과즙이 새콤달콤하여 씨가 반질거리도록 빨아먹었다. 11월 그 나무 아래를 지나는데 단풍보다 더 붉은 잎이 소복이 쌓여있고 잎새 사이 눈에 띄지 않았던 열매가 씨를 덮고 떨어져 있었다. 씨를 피멍이 들도록 부둥켜안고 있어 붉은 대추 같았다. 대추를 닮고 싶었나. 가을이 온 것도 잎이 붉게 물든 것도 어미가 떠날 때가 된 것도 알지 못한 채 씨는 겹겹이 깊이 잔다. 적자두가 열린 가지는 부러져서 떨어졌다.

어미의 탯줄로 칭칭 감고 있다가 고라니, 다람쥐, 쥐, 청설모, 사람들까지 모두 잠든 늦은 겨울쯤, 제일 먼저 눈을 뜰 것이다. 땅이 녹아내리면 빛이 땅을 녹여 황토물에 어미의 단단한 탯줄이 벗겨져 나가면 조금씩 움직일 것이다. 내가 뱉어낸 씨가 살아있다면 그 피붙이와 지난가을 적자두 잎은 어떠했는지, 단풍은 어떠했는지, 잎이 떨어지는 11월의 거리는 어땠는지 물어볼 것이다. 그때 나는 말해 줄 수 있다.

'거리에는 손수건을 폈을 때보다도 더 큰 플라타너스 잎이 머리 위로 툭툭 떨어지고 노란 은행잎이 도롯가에 수북이 쌓여 차가 속도를 늦추고, 폭설이 내렸을 때처럼 출발할 때는 윈도브러시를 작동해야 할 만큼 많은 잎이 떨어졌다고. 적 단풍과 섞여 있던 적자두 잎은 ‘색, 윤기, 모양, 빛을 반사하는 능력’ 어느 면에서도 단풍을 앞질렀다고. 멕타스퀘이어는 노란 바늘 같은 잎들이 뜨개질을 하는 것 같았다고. 떨어지는 낙엽과 흩어지는 낙엽, 자루에 실려 가는 낙엽, 할 것 없이 모두 내년 봄에 만날 것을 기약했다고. 11월에 뒷걸음질 치는 것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밖에 없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