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당신의 미소

60초 소설 49

by 소요 김영돈

당신의 미소 앞에서 길을 잃었다. 당신 가냘픈 허리 위로 기어오르던 사마귀가 갈바람에 멈추어 뒤돌아보며 두발을 곧추세워 노려보고 있었다. 새끼를 위해 먹어치워야 하는 사내 앞에서 멈추어선 암사마귀, 갈색 눈 속에 하늘이 아득하다. 박제가 된 표정이 스멀스멀 움직인다. 어디부터 씹어야 할지, 이게 어떤 업보인지 박제된 표정이 입술부터 가늘게 흔들린다. 나무문 사이로 어렴풋 비치는 빛줄기. 빛의 뒤편에 흑백 영사기 렌즈 같은 당신의 미소가 어린다. 미소의 진원지. 손은, 그래 당신의 오른손은 턱을 고이려는 게 아니다. 면벽을 하고 당신의 그림자를 따라가니 생각의 물살이 보인다. 굽이치다 휘돌다 굴곡에 고인 생각을 쏟아내는 시간. 천년을 펴지 못한 오른쪽 무릎은 못다 한 사랑인가요. 자비나 깨달음보다 자꾸 사랑이 생각난다. 자꾸 소용없는 욕망이 소용돌이친다. 당신의 가는 허리능선을 타고 오르던 사마귀의 마음이 생각난다. 당신의 미소가 당신의 허리를 넘어 등짝 어깨 목선을 넘어 배부의 대추혈쯤에서 쉬어 턱을 고이면, 이 생이 잠시나마 휴식일런지.


당신의 미소, 고개 숙인 귓불, 멈춘 손가락, 팔꿈치가 맞닿은 무릎을 지나, 밖으로 나서면 여태 흔들리는 자주색 도라지꽃, 연, 물든 은행잎, 벚닢이 둥둥 떠다닌다. 꽃은 모두 떨어지고 꽃시절은 기억조차 없다.

정적이 감도는 못 속으로 깊이 잠수하여 하늘에 닿으면, 여기 울긋불긋한 이승은 온통 가을이다.


당신의 미소가 이곳을 소요하고 계신지요.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갈지

넌지시 아실듯한 당신의 미소가 면벽을 풀어 뜨락의 빛으로 나오셨는지. 청동도 적송도 죄다 사람들 손끝의 일인 것, 그게 다 뭐란 말입니까?


당신의 자비는, 생은, 인간의 번뇌로 향하고 그 인간의 한없는 불안과 환희가 욕망을 당할 수 없다는 걸, 비로소 다시 한번 어렴풋 보게 됩니다.

반쯤 감은 당신의 사슴 같은 눈동자 속에는 '되는 일보다 되어지는 일들'이 8할을 차지하는 생이 흔들린다. 그 눈을, 미소를, 기울음을, 사유하는 게 어떤 건지...... 또 얼마나 가야 하는지.

당신의 기울어진 어깨와 무릎, 손은, 기억하실는지.

당신의 미소는 환한 세상을 걷는 마음을 담으신지요.


[2025.11.15. 미륵반가사유상 교토 우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