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소설 52
2시 이후에는 복귀합니다. 법원등기는 직접 만나야 해서 연락드립니다.
'법원등기' 부재중 알림 딱지가 문 앞에 붙어있는 날은 등골이 아렸다. 그 아림은 보양뜸을 뜰 때와는 다른 아림이다. 쑥뜸은 살을 태워서 그 자리에 생수 같은 진물을 남긴다. 심장에서 발끝까지 저릿한 통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을 해소하고 생살처럼 아문다.
하지만 딱지의 아림은, 붙어 있을 때마다 마음을 찢고 덧나게 한다. 진원지를 알 수 없는 욕망이 나를 고발했다. 고발자는 30여 년의 공직을 은퇴한 전직 경찰이었다. 노후의 존재감를 살리는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녀로 부터 등기통보가 왔을때,
첫 번째는 칼국수집 앞으로 오라고 했고 두 번째는 제빵소, 세 번째는 주차장... 그러다 보니 등기 알림 딱지가 붙을 때마다 그녀의 훤칠한 키와 갸름한 얼굴이 떠오른다. 배달복입은 그녀의 모습은 앞에서는 다부진 어깨가 돋보였지만, 뒤돌아 가는 모습은 축 쳐지곤 했다. 그 때마다 우편딱지의 아림이 전신에 욱신 올라왔다.
내가 우체국으로 찾으러 갈 테니 등기우편, 특히 법원발송분은 미리 알려주세요. 그녀를 천천히 오래 본것은 새벽 우체국 앞에서 였다.
"아침, 몇 시부터 어디로 찾으러 가면 돼요?"
"저는 새벽부터 여기 있어요. 언제든 이리로 오세요"
그렇게 알림 딱지 대신 그녀의 메시지를 통해 법원등기우편물을 찾으러 가는 날은, 등골 대신 가슴이 아렸다.
"저는 나쁜 소식을 전하는 배달부예요. 시급하고 숨넘어가고 등골이 오싹한 호출들이죠. 특히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흉기보다 더 치명적인 소식을 전하지요"
"출두, 법정, 4차명령, 최후, 사건번호, 진술서, 소장, 지청, 검찰청, 소인, 붉은 글씨로 인비, 빠른 등기".
작은 딱지를 붙이고 돌아오면 딱지가 흉기가 되어 돌아옵니다.
당신이 새벽에 들른다고 했을 때, 한참을 우체국 문 앞에 서성거렸습니다. 당신과 나누었던 질문이 생각이 났거든요.
'언제 쉬어요?'
'힘들지 않아요?'
그래도 이게 내가 10년 이상 해온 일이라서요. 그 마음 아니까. 내 일이라는 건, 물길 같아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갈 때가 있잖아요. 다들, 자신의 욕망을 추스르며 흘러가니까요. 딱지에 5년을 시달리던 아버지가 말해주셨어요.
'너는 딱지에 시달리는 사람 말고 그냥 전달만 하는 사람으로 살아라. 그게 낫겠어'
'마음 약한 아버지가 전해준 말이니 두말 않고 따르기로 했어요. 선생님도 힘내세요. 조용히 흘러가며 내 물길을 들여다보면 한 사람의 인생이 보여요. 잘 흐르는 물은 상처가 경험이 되어 나를 추동해요.
혹시 알아요. 그게 쑥뜸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선생님의 물길은 어디쯤 흘러가고 있나요?'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찐빵 하나를 왼손에 들고 다른 손으로 따끈한 캔커피를 딸깍하고 따며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끝이 없네요'하고 말하자
그녀는 벌떡 일어나 우체국 쪽으로 걸어간다.
그녀의 뒷모습이 낙타를 닮았다. 그녀가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딱지를 주머니에서 꺼내 찢어 공중에 던지며 손을 흔든다. 그녀가 사라진 사막언덕으로 발자국이 선명하다. 한점 한점 눈이 내리더니 그녀가 남긴 발자국을 덮는다.
사막 위로 함박눈이 하염없이 내린다. 올해 첫눈이다.
(2025.12.09. 등기우편배달부 조ㅇㅇ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