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지구별 여행자 도착

60초 소설 51

by 소요 김영돈

오늘, 여행자 한 명이 지구별에 왔다. 나는 '시과'라고 지었지만 엄마 아빠가 따로 이름 짓겠지.


눈은 명상 중, 손발은 가지런히 힘을 빼고 있다. 투명하고 맑은 영혼. 저 생명이 백 년 남짓 살아 움직이다 가는 곳, 지구.


동방의 아름다운 나라, 섣불리 말하긴 께름칙하지만 이곳에서 살아보기를.


적단풍에 은빛이 도는 늦가을과 겨울의 접점에서 도착한 여행자 앞에 모두 기뻐한다. 왕을 뫼시듯 축복하고 경배하고 박수를 치며 환호한다. 이 존귀함으로 일생을 헤엄쳐가기를 긴 호흡으로 지치지 말기를 지칠 때면 하늘을 향해 누워 둥둥 떠가는 구름을 보며 배영으로 쉬어가기를. 가끔은

개구리헤엄으로 소풍을 가고, 어느 날 문득, 내키면...... 접영으로 한달음에 마음이 동하는 곳으로 숨을 참고 날아가 보기를. 그곳이 시덥잖거든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프리스타일로 바꾸어 다시 시도해 나가기를. 오래 갈 호흡을 가다듬기를. 세상의 욕망은 물과 같아서 움켜쥐고 담아둘수록 영혼을 끌어당기니, 각별히 몸부림치거나 허둥대지 말기를. 부디, 힘을 빼 주기를.


지금 이 모습을 기억할 것.


'한마디 양해의 말도 없이 팽개치듯 던져져, 멋모르고 살아보니 세상은 지옥이었다, 고 말하는 노작가의 말이 귓전에 울린다. 80여 년을 소설을 쓰며 살아본 경험담이니 일리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소설이 아니면 세상의 바다에 익사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기적과 축복'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내 부모와의 연 이전에 '부모 간의 연' 하나만 고려해도, 다른 말은 할 수없다. 이를테면, 100년 전 그 개울가에 쓰러진 아버지 병사 앞에 어머니가 빨래를 하고 있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 다른 아낙이 있었다면.

...... 지금의 내가 없고 아내가 없고 딸이 없고 사위가 없고... 또 다른.......


닥치고

'기적과 축복'이어서, 여행자에게 말할 수 있다.


살아봐.


살아 있는 내내 '기적과 축복'이

넘실 댈 터이니. 그것은 항상, 시련의 호두껍질 한가운데 들어있을 터이니.


살아있는 동안은 계속 호흡하며 움직여야 해.

몸도 마음도 영혼도.


이건 네 피와 같은 온도를 가진 조상의 충고야. 건투를 빈다.


[2025.2.1 일 오후 3시, 지구별 여행자 박ㅇㅇ, 지구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