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오두막 사용설명서(경진, 종환, 민자 씨 영접)

60초 소설 53. 오두막 사용설명서

by 소요 김영돈

경진 씨 종환 씨 민자 씨 세 사람과 오두막 사용설명서를 발견했다.

그리고,

2025년 12월 14일 14시 45분 45초, 그들은 주인을 영접했다. 손님을 영접해 보긴 했지만 주인을 영접 한 것은 처음이다. 55년에서 60여 년이 걸렸다.

스스로 탐구하는 자에 불과할 뿐, 영접한 자의 자격에 대하여 다들 민망하고 염치없다고 말했지만 인도자에 따르면 그건, 겸손이고 자기 돌아보기이고 염치없는 자신에 대한 바로 보기였다.

권력, 명예, 부, 화려한 성공 같은 것들과는 거리가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관리소장, 전기공, 은행원, 말단공무원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이우(이삭의 우물가)의 호수에서 보았다.


아~흉측해라, 저 뱁새 같은 눈과 간 보는 기웃거림과 이기적인 마음.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으니 이는 너희에게 난 것이 아니오 주인의 선물이다.'

'이는 네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누구든 자신을 자랑할 수 없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거하니 영광 은혜 진리가 충만하다'

'영접하는 자, 그 이름을 믿는 자 너에게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겠다.'

영접의 길목에서 만난 주인의 전갈이었다.


빙산을 올라 다시 설산을 넘어 겨우 도달한 오두막에 불이 켜져 있고 뜨끈한 온천의 김이 연통과 문틈사이로 비어져 나와 하늘로 올라갔다. 세월의 산을 넘는 동안 상처로, 고뇌로, 켜켜이 덧쌓인 말의 상처로 몸에서는 고름이 돋고 지독한 냉기에 몸은 썩어가고 있었다.


'누구든 들어와 온천수에 육신을 담가도 좋음'<주인백>

문 앞에 쓰여있는 이 문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불신의 상처가 너무도 컸다. 사기도박 쾌락 탐욕 시기심 증오가 눈앞을 가려 주인의 문구가 믿어지지 않는다.


인도자가 말한다.

'결국 이렇게 죽는군' 하며 과거의 무의식에 사로잡혀 오두막 주변을 맴돌다 가는 사람들은 스스로 죽음을 택할것입니다. 정해진 길을 재촉할 수밖에 없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요?


'당신을 주인으로 영접합니다, 나를 받아주시니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며 영혼과 육신이 지칠대로 지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어 들어선 사람은, 무의식의 강을 건너 생과 사를 주인에게 맡길 겁니다.


'일단, 씻고 온천에 몸을 녹이며 생각해 봅시다. 주인말이 맞는지 거짓인지는' 이 말에 모두 뒤돌아보지 않고 온천물로 뛰어들었다. 냉기가 조금씩 가시며 육신의 피로가 풀린다. 지친 영혼이 조금씩 평온을 찾는다. 주인말이 맞다면 주인은 일생동안 당신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말씀안에 사는 분이시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탁자 위의 책에 적어 두었음' 주인은 탁자에 이런 메모를 남겼다.


제목은 '오두막 사용설명서'였다.


거절(Reject)의 강을 건너, 탐구(Research)의 산을 넘어 영접(Receive)의 임계점을 만나는 순간이다. 재헌신(Recommit)과 기쁨(Rejoice)의 지점이 앞날에 있을 것이라고 인도자는 말했다. 경진 씨는 여전히 믿어지지 않는다며 온천물을 등에 쏟아부었고 종환 씨는 벌겋게 달아오른 몸이 풀리는 느낌이 낯설 다. 민자 씨는 눈을 감고 이 느낌이야, 하는 표정으로 온천탕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그 들에게는 '안도하는 마음'이 얼핏 얼핏보였다. 인도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당신들을 보고 이토록 기쁨에랴, 주인장은 오죽할까. 밖을 보세요. 저 추운 설산에 눈이 내리는군요. 저 설산을 일생을 배회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세요. 저들에게 주인의 뜻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그 생은 축복일 겁니다.'

'풍요로운 삶의 초대' 인도자는 장병철 장로였고 박정훈, 김영자 조건희 집사가 영접의 증인을 섰다.


영접한 이들은 그날 저녁 내내 온천탕을 들락거렸고 오두막 창밖으로는 눈보라가 더 거세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2025.12.14. 오후 2시 45분 45초, 다시 커반에서 종환 경진 민자 씨에 바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