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ㅇ현 씨의 여섯 번째 성전

60초 소설 58

by 소요 김영돈


이번에는 내 차례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씀도 증거도 알겠고, 나에게 성령이 임했던 날도 기억난다. 어느 날인가 그날은, ㅇ현 씨가 한 걸음 물러섰다. 세상을 놓치고 싶지 않은 나름의 패기, 아니 아집이었다. 그게 화근이었나. 다섯 번을 성전을 옮겼다. 옮길 때마다 성전 건축, 목회자의 스캔들, 돈, 패거리, 수군거림, 주억거리는 몸짓, 영생, 축복, 기도, 기름칠한 목소리가 아우성치며 ㅇ현 씨를 조롱했다.


회색 거품이 일 때마다 쓸모없이 세상의 변방으로 떠밀려 나온 기분이었다. 성전을 들른 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다.

‘나는 왜 아직도 이곳에 있는가’

하는 질문. 이 질문이 ㅇ현 씨를 따라다녔다.


‘영접’했는가, ‘회심’했는가.'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들은 언제나 삶의 중턱에서 미끄러져 언덕아래로 나뒹굴었다. 이제 새로운 것들은 모두 사라졌다. 두려움을 피해 세 보이려던 시간들, 좀 더 즐겁고 싶었던 가슴에 구멍이 난 기분이었다. 기도를 할 때마다 한방울 두 방울 떨어졌던 그 뜨거운 갈망이 말라가고 있었다.


‘믿습니까?’ ㅇ현 씨가 영접의 문턱에서 뒤로 물러섰던 날 들었던 말을 지금 누군가 묻고 있다.


‘시간 낭비 마시고 믿고 따르세요. 그게 맞아요.’

무슨 말이든 하고 싶지만 생각뿐, 말들이 입안에서 맴돈다.

‘영접, 회심, 봉독, 묵상, 다독, 숙독, 낭독, 암송’


그럼 올해 기도 제목들 나눠볼까요, 했을 때 ㅇ현 씨는

‘목욕탕에서 성경 읽기’라고 말해 버렸다. 욕실에서 습관처럼 읽던 성경 읽기가 떠올랐다.

머리에서 맴돌던 말씀의 춤들이 머릿속을 흔들고 지나간다.

세상의 닫힌 문을 하나씩 열며 살아왔지만, 열린 문이 마음 속 어딘가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열린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언제나 두렵고 불안했다.


열린 성전의 문 안으로 들어선 것도 ‘나’였고,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온 것도 ‘나’였다. 누구도 내게 들라 말라한 적이 없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선택의 초점을 ‘나’에게 둔 것. 아니, 나의 선택이라고 믿은 것. 20년을 들락이게 한 것, 지금 여기서 나의 마음을 지켜보는 것, 욕실에서 말씀을 읽겠다고 정한 것, 양쪽을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은 것, 모두 내 불손함을 다림질하기 위한 그분의 뜻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싸늘하게 가슴에 닿는다.


두렵고 홀가분한 여행이 목욕탕에서 시작된다. ㅇ환 씨는 ‘자격이 되는지 모르지만, 생애 처음으로’라는 전제하에 ㅇ현 씨의 ‘결심’을 축복하는 기도를 하겠다고 했다. 그는 ‘내 주제에 이런 말을 했다’라고 쑥스럽게 덧붙였다. 스스로를 자아에 갇혀 있다고 고백한 ㅇ환 씨는 내내 얼굴을 붉혔다. ㅇ환 씨의 사과를 받던 ㅇ현 씨는 어쩌면 자신이야말로

그득한 자아 때문에 20년간 성전으로 한 걸음도 떼지 못했을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문득 이 말이 떠오른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히브리서 11장 1절)”


ㅇ현 씨의 마음이 답한다.

“믿음을 말하기 전에 누가 주인인지를 정하고 뱉어라.”

나, ㅇ현이를 공 굴리고 몰아낸 것은 주인의 계획이었을 것이다. 지금, ㅇ현 씨는 그걸 철석같이 믿고 싶어진다. 여기가 자신의 여섯 번째 성전이자 마지막 성전이길 빌고 또 빌며.


<2026.01.18. 커반에서 이 ㅇ현 씨의 여섯 번째 성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