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친절한 삼월씨 에게

60초 소설 63

by 소요 김영돈

삼월, 당신이 오기 전에 하늘은 늘 심술을 부린다. 수고하고 짐 진 겨울을 잊어버릴까 보아선가. 그 심술은, 때로는 매서운 진눈깨비로 뼈를 때리는 찬바람으로, 마른나무를 쥐고 흔들며 온다. 뿌리까지 흔드는 강풍으로 낙엽을 몰아 도로, 마당, 오솔길, 언 논바닥 위로 흩뿌린다. 돌아보면 거기 당신의 마음이 보인다.


잡은 손을 놓아야 할 때 처음 학교를 입학할 때 그 시절에는 어쩜 그리 코를 많이 흘렸을까. 누런 잠바에 누런 팔소매는 콧물이 배어 반짝거렸다. 그리고 다가오는 낯선 만남들. 새로운 시작들. 새로운 책들을 마주하며 익숙한 것들과 조금씩 멀어졌다. 먼저 가족, 그중 부모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삼월은 각자의 길로 떠난다.


'잘해, 말 잘 듣고 선생님 시키는 대로'

오랫동안 삼월을 만나면서 그 말 뜻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당신은 잘 모르겠으니 다른 사람 말을 들어보라는 말, 우리 이제 다시는 마음 놓고 엄마 품에 안길 수 없다는 말, 각자의 길로 떠나야 한다는 말,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말, 생에 삼월은 단 한 번 뿐이라는 말이었다는 것을.


오십 년 전에 했던 당부를 오늘 삼월씨 앞에서 되뇐다.


'잘해, 말 잘 듣고 선생님 시키는 대로 이제 마지막 기회야! '


삼월씨를 만나기 전에는,

여지없이 찬바람에 눈발이 쏟아진다. 삼월씨는 이 냉기를 모두 품고 파종하고 낙엽을 쓸어 모아 죽은 나무와 함께 태운다. 너른 밭에 일생을 배설한 것들과 재를 섞어 뿌리면 거기 연둣빛 송곳들이 고개를 내민다.


삼월씨가 말한다.


'봄은 아직이야, 사월이 오면 물어보자. 그 푸르고 잔안 한 애는 잘 알 거야. 봄이 무언지 어떤 건지, 진짜 봄은 누구인지'


삼월씨의 심술을 보다보면, 댕기머리에 목도리 감고 무작정 상경한 누이가 떠오른다.


친절한 삼월씨는 누이에게 그렇게 말해줄 것이다.

'잘 살아, 네가 원하는 대로. 세상에 선생은 없어. 이 스산한 바람처럼 그렇게 마지막처럼 살아. 삼월은 생에 한번 뿐이야'



<2026.2.25. 새벽 눈발을 보며 삼월씨에게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