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K 씨의 줄기세포

60초 소설 65

by 소요 김영돈


문제는 줄기세포였다. 그 일도 K가 먼저 말한 게 아니었다. K는 꽤 조심한다는 게 말이 새 나왔다. '세 게임만 치면 하체가 후들거려요. 어쩜 그렇게들 쌩쌩하지'라고 경기종료 후 혼잣말처럼 했다.


그 말을 J가 들었음에 틀림없다.

그는 쥐를 노리던 고양이처럼 날카롭고 맛깔나게 말했다.

'나는 피곤한 게 없어. 숙취도 없고 뛸수록 힘이나. 줄기세포가 좋긴 좋은가 봐' 하고 던져주고 무심코 두어 주를 숙성시킨다.


두 주 후 불현듯 "한 달 치야. 시중에 공개되지 않아서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건데 이거 특별히 주려고 갖고 왔어요. 특별히."


K 씨는 '특별히와 주려고'라는 말에 마취된 듯 감격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을 이렇게 걱정해 주다니, 하는 감사한 마음과 함께 올라온 것은 진짜 주는 건가, 하는 생각이었다.

사람들은 K 씨의 그런 지점을 정확히 냄새 맡는다. K 씨가 도저히 알리가 없다고 확신하는 지점. 인정받고 위로받았을 때 올라오는 감격.

K는 준다는 말이 고맙기도 해서 "이거 출고해서 구입하려면 얼마예요?" 하고 물었다.

"어-40, 거저 주는 거지. 시판도 안 됐는데 값으로 따질 수 없거든"


K는, 고심 끝에 그에게 40을 입금시켰다. 아니, 고심이라기보다는 고마운 마음이 더 컸다. 상황이그러면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라는 마음, 그런 마음은 받아줘야 하는 게 사람의 도리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물며 J는 K생에 처음으로 러브콜을 하지 않았는가. 새벽 코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수상한 시절에 수소문해서 초대를 하지 않았던가.(평소에 실력을 눈여겨봤다고)


입금 후, k 씨는 마음이 편해졌다. J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왜 나한테 특별히'라는 질문이다. 그러나 K는 그걸 묻지 않기로 했다. 둘 사이에 흐르는 신뢰는 그게 어떤 것이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매사 확신에 차있고 모든 것이 준비된 J에게 그런 뻔한 질문을 한다는 것은 무례일 뿐만 아니라, K로 하여금 간이 떨어지도록 놀라게 할 답이 돌아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K는 아직, 놀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라켓, 줄기세포, 그다음은 무엇일지 몰라도 K는 그가 진심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텅 빈 잔고를 생각할수록 그 확신은 커진다.


K는 이렇게 되뇌였다.

'J는 의리의 사나이야.

그렇지 않다면 칠순의 그가 그토록 건강하고 생기 있고 의리 있을 리가 없어.'


귀갓길에 K는 J와의 만남을 생각했다.

그의 직업을 묻지 않았어야 했나. 어색한 분위기를 참지 못하는 K의 오지랖이 일을 크게 했다.

"운동 마치시고 평소에는 어떻게

지내세요?"

"현역처럼은 이니고, 짬짬이 일해요. 바이오 쪽"


라켓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우연히 정말 우연한 만남에서 J는 K에게 넌지시 말했다. 라켓하나를 주고 싶은데 한번 쳐보고 손에 맞으면 줄게요. 그 후 그 라켓을 칠 때마다 J는 파워가 다르다, 회전이 장난 아니다 등의 덕담을 하며 K를 우쭐하게 했다. K는 거저 주는 것이라며 덧붙여 1/3 가격이면 거 져지 뭐 하며 무심코 말했다. K는 1/3이 얼마인지 물었고 J는 계좌번호와 함께 '8만 원(원가 24)'이라고 문자를 보냈다.


K는 그의 말에 고맙고 미안한 마음으로 8만 원을 보냈다. K의 머릿속에는 J의 칭찬이 가득 찼다. 왠지 라켓 하나가 비상용으로 꼭 필요할 것 같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K는, 다음에는 절대 말을 조심하기로 마음먹고 알약을 꿀꺽 삼켰다. 약통에는 아무런 글씨가 쓰여있지 않았다. 아직 시판되지 않은 신약이기 때문이다.


<2026.3.11. K 씨의 줄기세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