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상처는 왜 연인 관계에서 반복될까

“나도 모르게 상처를 준다”는 사람들의 공통된 심리

by 이하율


상처는 왜, 사랑하는 사람에게 향할까

상처받은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날카로워지는 이유_


ChatGPT Image 2026년 3월 20일 오후 12_12_19.png

누군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왜 저렇게까지 화를 낼까.”
“왜 사랑하는 사람을 힘들게 할까.”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관계라면
더 따뜻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그 행동 뒤에는

늘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상처는 사라지지 않고, 방향을 바꿉니다

어린 시절, 지속적으로 무시당하거나
비난받거나
감정적으로 방치되었던 경험은


그 순간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마음 깊은 곳에 남아
하나의 ‘믿음’이 됩니다.



"

나는 부족한 사람이다
나는 사랑받기 어려운 사람이다
나는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사람이다

"



이 믿음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관계의 방향을 바꿉니다.




그리고 그 감정의 이름은 ‘수치심’입니다


우리는 흔히 수치심을
‘창피한 감정’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면화된 수치심은
그보다 훨씬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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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잘못했다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잘못된 존재라는 감정입니다.


그래서 이 감정은


말로 설명되지 않고
그저 마음 어딘가에 눌려 있습니다.


그리고 관계 속에서
특정 순간에 갑자기 올라옵니다.





작은 말 한마디가, 전부를 건드릴 때가 있습니다


연인의 한마디
사소한 무심함
짧은 침묵


겉으로 보면

아무 일도 아닌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나를 무시한 거야”
“나를 버리려는 거야”
“역시 나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야”


그 순간
현재의 일이 아니라


과거의 감정이

함께 올라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견디기 어려울 때
사람은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그래서 상처는, 때로 공격이 됩니다

수치심은 오래 참으면
조용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대신 다른 형태로 바뀝니다.


분노로
날카로운 말로
통제하려는 행동으로
혹은 폭력으로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공격’이지만


그 안에는
감당하지 못한 감정이 있습니다.


이걸 이해한다고 해서
그 행동이 괜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그 행동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는.







모든 상처가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왜 어떤 사람은 상처를 반복하고,
어떤 사람은 그 고리를 끊어낼까요?



이 논문에서는 (아동기 학대 피해 경험이 성인의 데이트폭력 가해에 미치는 영향_KCI등재 논문)


그 차이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하나의 '태도'를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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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자기자비입니다.


자기자비는 나를 봐주는 것이 아니라,
나를 붙잡아주는 것입니다


자기자비는
“괜찮아, 다 이해해”라며 넘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힘입니다.



지금 많이 힘들구나
지금 상처받았구나
그래도 나를 무너뜨리지는 말자


이 태도는
감정을 없애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감정이

나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조금 거리를 만들어줍니다.






같은 수치심, 다른 선택

위의 논문 연구 결과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났습니다.


내면화된 수치심이 클수록
관계에서 공격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자기자비가 높은 사람은

같은 수치심을 느끼더라도
그 감정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정도가 훨씬 낮았습니다



즉, 중요한 것은
수치심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였습니다.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흐름은 바꿀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하지만 그 경험이
지금의 관계까지 결정하도록 둘 필요는 없습니다.



상처 > 수치심 > 분노 > 공격적인 행동




이 흐름은 자동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사이에는 하나의 선택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 선택이

바로
자기자비입니다.



그래서 진짜 중요한 건 이것입니다

관계를 바꾸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상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왜 나는 이 순간에 이렇게까지 반응하는지
이 감정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나는 지금 무엇이 두려운지



그 질문을 피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을
비난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




마지막으로,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상처받은 사람은
종종 가장 날카로운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하지만 그건


그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변화는
억지로 참는 데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이해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이해의 방향이
처음으로 나 자신을 향할 때,


비로소 관계도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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