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만든 시간표에 나를 끼워 맞추고 있었다

비교 속에서 점점 나를 의심하게 된 이유

by 이하율


사회가 만든 시간표에 나를 끼워 맞추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늘 ‘지금쯤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생각 속에서 살고 있었다.


스무 살이 되면

대학에 가야 하고,

스물넷쯤엔

번듯한 회사에 취직해야 하며,

서른이 가까워지면

결혼 이야기가 자연스러워져야 한다고 믿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마치 보이지 않는 시간표가 있는 것처럼

나는 그 순서를 따라가야만 할 것 같았다.


가끔은 숨이 막혔다.


조금만 속도가 느려지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았고,


남들보다 늦어지면
내 삶이 잘못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해졌다.


“왜 나만 아직 여기지?”


“나는 왜 이렇게 느리지?”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이 질문들은
누가 묻지 않아도
내 안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돌이켜보면
그 질문의 출처는 ‘나’가 아니었다.

사회가 만들어놓은 기준,

남들과 비교되는 속도,

정해진 성공의 순서


어느새 내 마음속에 들어와
내 목소리처럼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 기준에 나를 맞추려 할수록
나와의 관계가 점점 나빠졌다는 점이다.

나는 자꾸 나를 다그쳤고,
조금만 부족해도 스스로를 깎아내렸다.


“넌 왜 이것밖에 못해?”
“언제쯤 제대로 할 거야?”
“남들은 다 하는데…”


마치 마음에 들지 않는 누군가가
내 귓가에 계속 잔소리를 하는 느낌이었다.


도망칠 수도 없었다.

그 목소리는
언제나 ‘내 안’에서 들려왔으니까.



심리학에서는
우리 머릿속에 이미 수만 시간 분량의
부정적 자기대화가 녹음되어 있다고 말한다.


나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일수록
그 목소리는 더 자주 재생된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자존감을 조금씩 깎아내린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상한 깨달음이 들었다.


나는 정말 뒤처지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남의 시간표 위에서 달리고 있었던 걸까.


그 질문을 처음 던진 날,
나는 처음으로 속도를 멈춰보았다.



그때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나는 해야만 한다”가 아니라
“나는 원하면 할 수 있다”로 바뀌기 시작했다.


취직도, 결혼도, 성공도
‘언제까지’가 아니라
‘내가 준비됐을 때’의 문제가 되었다.


그제야 비로소
내 삶의 주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뒤처진 게 아니라
남의 시간표 위에서 달리느라 지쳐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이제는
조금 내려와도 괜찮다.


그리고
나만의 시간표를 다시 그려보아도 괜찮다.


그 위에서 걷는 삶이
비로소 ‘내 인생’이니까.




스스로에게 "괜찮아"라고 말해보자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비교하고, 경쟁하고, 평가받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자신에게조차
다정한 말을 건네는 법을 잊어버렸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른 말을 해줘도 괜찮다.


“괜찮아.”
“지금 속도도 나쁘지 않아.”
“나만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야.”


그 한마디가
나와의 관계를 바꾸고,
삶의 분위기를 바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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