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하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비활성화했다. 어플도 지워버렸다. 멋들어진 다짐이 있었다기보다는 <디지털 미니멀리즘>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를 보고 난 뒤로 '없는 삶도 살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탓이다. 내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소셜미디어를 계속 붙잡아 온 이유는, '트렌드'를 빨리 접하고, 무작위적이지만 좋은 견해가 담긴 글을 볼 수 있고, 지인들 소식을 피드 너머로 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의 작가 칼 뉴포트는 이 생각들을 조금 뒤집어 보라고 말한다. 지인들 소식이 궁금하면 직접 물으면 되고, 트렌드는 뉴스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고(메일함에 안 읽고 놔둔 뉴스레터들이면 충분하겠다), 좋은 견해가 담긴 글들은,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책으로 충분히 접할 수 있지 않은가. 내가 내세운 이유들은, 쉽게 말해 소셜미디어를 붙잡기 위한 '핑계'라는 것. 일견 동의가 되는 지점이다.
사실 난 혼자 있는 걸 꽤나 즐기는 편인데도(혹은 그렇다고 말하면서도), 홀로된 시간에 깊은 성찰까지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괜히 인스타에 들어가서 스토리를 휘적휘적 대는 습관도 분명 한몫했을 것이다. 고독하기로 해 놓고는, 결국 어딘가에 접속해 시간을 보내는 셈이다. '소통'도 좋지 않으냐고? "소통하느라 성찰할 기회를 뺏기는 건" 너무 아쉽다.
'코로나 시대에, 안 그래도 사람들 만나기 어려운데 소셜미디어마저 접는 게 괜찮을까' 싶었지만, 어쩌면 이번이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온라인으로 얼기설기 관계를 맺느라, 되려 끈끈한 관계를 맺는 법을 잊고 살아왔던 듯하다. 괜한 관계들은 정리되도록 내버려 두고, 조용히 혼자서 해나갈 일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으려나.
언젠가 다시 계정을 활성화해 언제 그랬냐는 듯 활발히 활동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한 번쯤은 내 삶에서 이 정신 사나운 것을 덜어내 보고 싶었다. 혹여 생길지 모르는 불편함을 하나하나 마주하고 깨부수면서 살아 봐야지. 이 글을 쓰면서도 '인스타에 올려야지' 자연스레 생각하고 있는 내가 대단(?)하다. 이봐. 정신 차려. 이제 니 핸드폰에 인스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