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를 사 마시지 않습니다

지구에 무해한 사람이기 위해서, 브리타 정수기 사용하기

by 버들

플라스틱이 불편해진 뒤로 가장 처음 시도한 건, '브리타' 정수기를 산 일이다. 한 달에 2L 생수병 열두 개는 거뜬히 비워내는 나이기에, 이틀 걸러 하나씩 나오는 생수 페트병은 오래도록 날 신경쓰이게 했다.


투명 페트병이 우리나라 쓰레기 재활용 시스템 안에서 가장 재활용이 잘되는 플라스틱 중 하나이긴 하지만, 재활용도 결국은 다시 '저급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사용되고 버려진다는 한계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지구를 위해서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게 최선책이다.


환경부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페트병 출고량에서 먹는샘물과 음료의 페트병이 67%를 차지한다고 한다. 엄청난 수치다. 브리타를 사고, 삶에서 PET를 지워나가면서, 간식으로 자주 사 마시던 음료도 많이 줄였다. 정 마시고 싶을 땐 유리나 캔에 든 음료를 마시고, 카페 음료를 텀블러에 테이크아웃하고 있다.


원래는 수돗물을 마셔보려 했으나, 오래 된 지하집의 수도관(?)을 믿을 수 없어 브리타를 구매하게 됐다. 필터 값을 생각해도 2L 생수를 사 마실 때보다 경제적으로 이득이기도 하다. 안 살 이유가 없다. 사실 구매한 이후에 정수 능력을 믿을 수가 없어서 괜히 이래저래 찾아봤는데, '맑은아재'라는 유튜버님이 굉장히 전문적으로 검증해 놓으신 영상이 있었다. (이름부터 찐임..) 아마 이쪽(?)에 종사하시는지, 브리타에 정수된 물의 잔류 염소/질소 등 수치를 무시무시한 기계를 직접 확인하시더라는. 하여간 결론은, 수돗물보다 염소나 질소의 잔류량이 훨씬 적다. 정수가 잘된다는 뜻.


국내에서 '브리타 필터가 재활용이 안 된다'는 건 브리타를 산 뒤에야 알았다. 필터가 플라스틱과 활성탄 등 정수를 위한 재료로 이루어지다 보니 일반쓰레기로 배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그래서인지 브리타를 사용하는 사람들 위주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브리타 코리아로 필터를 왕창 보내서 재활용 시스템 구축을 요구하는 '브리타 어택'이나, 필터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해킹' 등이 제로웨이스트숍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나도 모아놨던 필터를 집 근처 제로웨이스트숍에 가져다 놓고 있다.


우리나라 수돗물 관리도 나름 엄격한 편이라, 수돗물은 정말 깨끗한 편이라고 한다. 물론 지역마다 편차가 조금씩 있고,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되는 등 해프닝들이 꾸준히 생기면서 불신이 쌓이긴 했지만, 일반적으로 수돗물 마시는 건 건강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수돗물을 마셔도 되는지 검사하고 싶다면, 각 지자체의 수도사업소에 수질검사를 요청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수돗물 오염은 '옥내 배관' 문제가 큰데, 이 교체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도 운영중이라고. 서울환경연합 유튜브의 '도와줘요 수돗물박사'가 이 내용들을 잘 정리하고 있다.

우리는 어쩌다 생수를 사 마시게 됐을까. 페트병 생수는, 생수를 파는 회사들의 시의적절한 마케팅, 수돗물에 대한 불신, 깨끗한 물에 대한 욕망 등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진 괴물 같다. 여튼, 지구에 조금이라도 덜 유해한 사람이기 위해서 앞으로도 브리타 정수기를 사용할 계획이다. 어서 브리타 필터가 잘 재활용되는 세상(?)이 온다면 참말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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