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무해한 사람이기 위해서, 양치도구들 다시 보기
고체 치약이라고 들어들 보셨는지. 알약처럼 생겨서는 씹어서 이를 닦는 치약입니다. 플라스틱 프리를 실천하려 노력하면서, 플라스틱 튜브로 만들어진 치약을 더 이상 쓰지 않기 위해 발버둥 하다가 마련한 녀석이지요. 요 녀석은 저도 이번에 처음 써 봤는데, 생각보다 사용감이 나쁘지 않습니다. 기존에 쓰던 페이스트형 치약보다는 거품도 덜 나고 시원하지도 않은 느낌이지만, 나름 만족하며 쓰고 있습니다.
대나무 칫솔이야 말 그대로 대나무로 만든 칫솔입니다. 인류 최초의 칫솔은 아직 썩지 않았다는 농담이 있죠. 이 친구는 자연에서 왔기 때문에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고마워 대나무야..) 칫솔모야 어쩔 수 없는 플라스틱 부산물이긴 하지만, 그래도 충분한 대안이 되는 것 같아 나름 만족 중입니다. 나무라서 습기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저희 집은 워낙에 건조해서.. 아마 깨끗이 쓰고 있는 거겠죠.
이 녀석들 구비하면서 가졌던 가장 큰 고민은, 사용성에 관한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리뷰나 후기를 보면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언급들이 꽤 있긴 하거든요. 근데 저야 워낙에 둔감하기도 하고, 스테인리스 빨대나 손수건을 쓰는 게 불편하다고 느낀 적도 많이 없거든요. 사실 문제는 돈이었습니다. 돈.
제가 이번에 마련한 고체 치약은 150개 들이 한 팩에 1만 3000원가량인데요. 하나에 90원 언저리인 셈이죠. 하루 양치질하는 데 270원이 들어간다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열흘이면 2700원, 한 달이면 8100원이죠. 2080에서 묶음으로 나오는 1000원짜리 치약이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비싼 가격인데요. 페이스트 치약을 단순하게 한 달 반 쓴다고 가정하면, 열 배 넘게 차이 나는 가격입니다.
칫솔 가격이야 치약만큼 드라마틱한 차이는 아니지만, 칫솔도 제품에 따라 적게는 두 배에서 크게는 다섯 배 정도 차이가 있습니다. 치약이고 칫솔이고 다 합해 보면 가난한 1인 가구 자취생에게 경제적으로 꽤나 큰 차이입니다. (이거면 국밥이 몇 그릇이야..) "돈 많으면 제로웨이스트 말고 마이너스웨이스트도 하겠다"는 우스개가 절로 나오는 지점이지요. 이럴 때면 괜히 자본주의가 미워지기도 합니다.
지구에 무해한 사람이기가 참 어렵습니다. 변화에는 고통과 손해가 따를 수밖에 없는 걸까요. 그래도 저 같은 소비자가 왕창 생기면 기업들도 눈치를 볼 거라 생각하며 고군분투합니다. 이런 제품들의 수요가 늘면, 공급도 자연스레 따라오겠죠. 돈을 좀 더 쓰면서라도 선구자가 돼 보려고 합니다. 나중에 내 행동들이 부끄러울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매일매일, 내 주변서부터 바꿀 습관들이 있지 않은지 고민하며 살아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