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 마스크를 씁니다

지구에 무해한 사람이기 위해서, 마스크 다시 보기

by 버들

1년 새 마스크는 필수품 중에 필수품이 됐다. 놓고 나오면 다시 집에 들어가야 하는 게 지갑 말고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이젠 정말 쓰지 않고 있으면 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이템이 돼 버렸다. 씁쓸하지만 현실이다. 요즘 길거리에서는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를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다. (왜 길에다 버리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되지만) 그만큼 마스크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달 사용되고 버려지는 일회용 마스크가 1300억 개에 이른다고 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다. 이 녀석은 혼합 소재 특성상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고, 감염 예방 차원에서 재사용할 수도 없다. 아무렇게나 버려져서 바다로 흘러들어가 미세 플라스틱이 되는, 악순환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일회용 마스크는 대부분 폴리프로필렌이라는 플라스틱 소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얼마 전 브라질에서는 죽은 펭귄의 뱃속에서 마스크가 나와 지역사회에 충격을 줬다고 한다. 무분별한 마스크 쓰레기가 인간 외의 생물들에게도 충분한 위협이 되고 있는 셈이다. 전 세계의 바다가 소위 '코로나 쓰레기'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진부한 이슈가 돼 버렸다.

마스크를 일반 쓰레기로 버리면 대부분 소각된다고 보면 된다. 플라스틱을 태우는 거니 탄소 배출이 어마어마하다. 땅에 묻는다고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알듯이 얘네 잘 썩지를 않는다.


그 문제를 깨닫고 난 뒤로는 빨아 쓰거나 다시 쓸 수 있는 면/특수 재질 마스크를 쓰고 있다. 100% 면이면 가장 좋다. 인터넷에서 파는 구리 섬유(?) 다회용 마스크를 써 봤는데 매일 빨다 보니 내구성이 현저히 떨어져 금방 못 쓰게 됐다. 그 후로는 다이소에서 파는 재사용 마스크를 사 쓰는데, 나쁘지 않다.


물론 감염 예방 차원에서, 사람이 몰리는 지역에 다닐 때는 KF94 마스크를 쓰는 게 제일이겠지만, 요즘 같이 집 앞만 다니고 외출을 잘 하지 않는 때라도 플라스틱 소재의 마스크를 덜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다회용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 시국에 우리는 결국, 감염 예방과 환경 보호라는 문제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위생을 위해 비닐장갑, 비닐봉지를 한 겹 더, 하나 더 쓰고 있는 현실. 접촉을 줄이기 위해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플라스틱을 왕창 만들어 내는 현실. 개인이 선택할 일일 테지만, 나는 과도한 위생 주의가 결과적으로 지구를 파국으로 몰아갈 것이라 믿는다. 이건 인간이 아플 것이냐, 지구가 아플 것이냐 선택하는 게임이 아니다. 지금 지구를 위하지 않으면, 결국 모두가 망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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