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 재밌는데 재미없다

'끼리끼리 권력화된 소통'인가, '헛소리 난장판 SNS'인가

by 버들

클럽하우스를 깔아 이리저리 들여다보고 있다. 다양한 토론이 군데군데서 벌어지고 있는데, 대부분 오래 머무르진 못하고 중간에 나온다. 아무래도 이야기(토론)에 직접 참여를 안 하다 보니 오래 머무를 이유를 찾기가 힘들다. 흥미를 가지려다가도 혐오발언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거나, 방의 주제와 동떨어진 논의들이 나오면 손절(?)을 하게 되더라. '역시 인싸들의 플랫폼인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제삼자로 참여하다 보니 그러기가 더 쉬운 듯.

기독교인들은 여기서도 공동체 의식을 잘 발휘하는지 아니면 내 팔로워들 중에 기독교인들이 많아서인지, 기독교 관련 토론방도 꽤 있다. '기독교의 하나님은 전지전능한가' 같은 심오한 주제부터 '날라리 크리스천 모임'과 같은 가벼운 모임들까지.. 사실 날라리라고 이름은 붙였지만 다들 잘 돌아가신 탕자(?) 느낌이었다. 나 이렇게 이렇게 방황했는데 결국 주님의 품으로 돌아왔어! 따위의 착한 얘기만 나오는 터라 노잼이었다. 목소리만 듣는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가면은 쓰고 있는 걸까. 쨌든 그런 방에서도 얼른 떠났다. 내게는 의미가 없지만 그런 위로들도 서로 필요한 사람들이 있겠지..

소개글부터 위화감이 확 드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 일하는 곳이나 학력이나, 이력, 능력 등등.. 을 쫙 써 놓는데, 무슨 이력서도 아니고..

양질의 강연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는 일종의 장점도 있다. 평소라면 말 한번 섞기 힘들 명사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면 장점. 다만 스피커들이, 같은 스피커들로부터가 아니고서는 견제받기 어렵기 때문에 (스피커로 참여하고자 손을 들어도 모더레이터가 허락하지 않으면 참여가 불가하다) 정말 '공정한' 토론이 이루어진다고 보기는 어려운 구석도 있다. 가수 딘딘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클럽하우스를 "끼리끼리 더 권력화된 소통"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저가 늘어나면서 웃자고 헛소리 늘어놓는 목적의 방도 많아진 편이라 꼭 맞는 지적이라고 하기 어렵긴 하지만, 여전히 초대장을 받아야 들어올 수 있는 구조 탓에, '나 클럽하우스 하고 있다'는 감각이 주는 권력 의식이 없진 않아 보인다.


한번은 한국인들 모여 있는 방에 서양인들이 들어와서는 '칭챙총', '곤니찌와'하고 웃는 놈들도 있었다. 듣고 있던 한국인들은 벙쪘다. 모더레이터가 블록해서 상황은 해결됐지만 다들 정말 어처구니없어했다. 이런 부분들을 클하가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지를 주목해봐야겠다는 생각도 해 봤다. 그나저나 나같이 낯 가리는 사람들한테는 정말 어려운 플랫폼이다. 무려 손을 들고 올라가서 자기소개를 하고 조리 있게 내 이야기까지 해야 하다니. 이거 참 곤란(?)하다. 무튼 재미있는데 재미없다. 앞으로 어떤 흥미로운 주제들이 난무할지 기대가 되기도. 무튼 계속 듣고 있게 돼.. 이거 참 무서운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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