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기독교인 엄마를 둔 게이가 나올 때

드라마에 교회가 나올 때 ②

by 버들
교회 유치부부터 영화를 만나,
그 인연이 대학까지 이어졌다.
내가 너였고, 네가 나인 시간들은 금세 20년이 되었다.
- '런 온' 등장인물 고예준 인물 소개

어쩐지 의미심장한 인물 소개다 싶었다. 역시나 첫 등장부터 남달랐다. 고예준(김동영 분)은 20년 지기 친구인 '이영화(강태오 분)'를 좋아하는 게 분명했다. 고예준을 연기한 김동영 배우의 눈빛, 아니 눈빛 연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물론 초반엔 심증만 가득하고 물증은 없었다.


'런 온'이 잠깐씩 비추는 성소수자에 대한 올바른(?) 시선은, 예준이가 게이일 거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교회에서 어릴 적 만난 친구를 쭉 좋아해 온 게이라니. 그 게이 이름이 예준 - 예수님의 준비된 사람.. 따위의 의미일 테다. 동생 이름은 예찬이다 - 이라니. 작가가 ' 보수 개신교의 성소수자 혐오'라는 맥락을 모르고 이런 구성을 욱여넣었을리도 만무하고.


예준이 게이임을 밝히는 때는 갈등이 폭발하는 순간이겠지, 하며 숨죽여 드라마를 봤다. 결국 드라마 후반부, 교회 집사인 엄마 동경(서재희 분)에게 자신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밝히는 예준. 묘한 분위기를 눈치챈 동경은 "설명하지 마. 너 이번 주일부터 엄마랑 같이 교회 가"라고 말한다. '같은 성별의 사람을 좋아하는 상태'는 그에게 '교회를 가지 않아서'라거나 '믿음이 부족해서'로 보인 걸까. "나 남자 좋아해"라는 예준의 고백에 "아니야. 아닐 거야"라는 혼잣말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동경. 예준은 "부정해도, 이게 나야"라는 말로 쐐기를 박는다.


사실 이렇게 드라마틱(?)한 커밍아웃이 있을 수 있나 싶다마는, '개신교인 엄마를 둔 게이'의 등장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대중 매체 속 기독교에 관한 묘사도 현실 따라 달라지니, 이런 캐릭터들의 출현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영화 '윤희에게' 속 개신교가 (간접적이긴 하지만)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모습으로 그려진 것도 그 일부겠다.


개인적으론 예준의 등장이 너무나 반갑다. 이 같은 인물의 출현은 성소수자를 계속 밀어내고 있는 개신교에게 날리는 한 방일지 모른다. 확대 해석일는지 모르지만, '교회 공동체 안에 드러나지 않지만, 성소수자는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그들과 함께할 준비가 돼 있냐'는 질문으로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


예준의 커밍아웃 직후 장면, 동생 예찬(극 중 여성)은 훌쩍거리는 예준에게 "나도 남자 좋아해"라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남자 좋아하는 게 뭐 그렇게 유세라고." 예찬의 츤데레식 위로에 성소수자를 막 대하는 이놈의 종교에게 건네는 해결책이 들어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남자가 남자, 여자가 여자 좋아하는 게 어때서? 거, 사람이 누구 좋아하는 거 갖고 반대다 뭐다 소리칠 시간에 성경 한 구절 더 읽고 기도 한 번 더 합시다. 아님 집에서 '런 온' 정주행을 하시든지. 하긴, 그런 분들이 브런치까지 와서 내 글 읽겠나... '세상'이 이런 식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걸 알긴 아셔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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