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공부한다?

마음챙김(mindfulness)와 공부

by 작가명


행복한 공부, 재미있는 공부.
나에겐 거의 실현이 불가능할 것 같은 얘기다.


나는 올초 일을 그만두면서 본격적으로 공부생활로 스스로를 밀어넣게 되었다. 물론 진로를 정하기 위해서였다. 어떤 직업을 갖기 위해서 어떤 시험과 스펙을 준비해야하는지 알아보고, 그것을 위한 공부에 돌입하게 되었다.


그러나 10개월 동안의 공부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 사이에 진로를 몇번이고 뒤집었고 하루에도 마음이 수십번씩 바뀌어서 갈피를 못잡았다. 빨리 취업은 해야하는데, 집에서 압박은 들어오고, 주변에서는 걱정 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어떤 직업이 좋고, 네가 이걸 잘하니까 이 직업도 좋겠고, 여러 개 하지 말고 하나만 하라고 조언했다.


나도 그걸 모르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미래를 고민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 방황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공부를 하다가도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점점 답답해지다가 불안해지다가 거의 패닉이 와서 침대에 누웠다.


그러다가 예전에 얼핏 스치듯이 봤던 마음챙김에 대한 책이 떠올랐다. 처음 접했을 때는 약간 미신적인 명상의 한 종류라고 생각했다. 마음에 집중하면 모든 것이 괜찮아진다는 마법으로 사람들을 꼬시는 유행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좀 거부감이 있었는데, 우연찮게 그 내용을 접한 후에는 거의 설득되었다.


그러니까 마음챙김은 지금 내 마음 속에서 떠오르는 감정, 생각, 충동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보통은 괴롭고 부정적인 것들은 억누르거나 외면한다. 그러나 마음챙김에서는 그것을 똑바로 직면한다.

지금부터는 어제 내가 공부에 대해 가진 감정을 마음챙김한 내용이다.


나는 공부를 할 때 항상 청사진을 동시에 떠올리는 편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공부는 미래의 어떤 목표를 이루는 데 유효해야했다. '이 직업이 평생 갈 수 있을까?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플랜B로 어떤 것을 준비해야할까?'하는 불안감이 들면 곧바로 대안을 실행시켰다. 그러다보니 해야할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쪽으로 매일의 일과가 조정되었다.


그러면 문제점이 뭐냐. 공부하는 행위 자체가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는 감정과 페어링이 된다. 공부는 미래를 대비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그에 맞게 효율적이고 성공적으로 수행해야하는 과제가 됐다.


컴퓨터공학이나 뇌과학에 대한 공부를 해본 적이 있는데 그 자체에 대한 흥미보다는 미래의 모습을 그리며 시작한 것들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기에는 뭔가 앞날이 불확실했다. 좋아하는 것만 하면 나중에 굶어죽을 것 같은 불안감이랄까. 세상이 변하는 흐름에 맞추어 대비를 해놓아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와 동시에 '이것이 과연 미래를 대비하기에 적절할까'하는 의구심도 들었다는 것이다. '갑자기 세상이 예기치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면 어떡하지, 그럼 이게 다 쓸모없어지는 건가'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패닉이 온 것이다. 갑자기 부우웅 뜬 기분. 불확실함에 지배당한 기분.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어느 정도는 머리가 정리됐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도 좋고, 미래를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목적을 가지든 그 일을 하는 순간에 드는 감정에 집중해야할 것 같다. 예를 들어 하기 싫은 공부를 할 때, 나처럼 머릿속에 온통 '해야 돼. 잘해야 돼. 재밌어야 돼.'하는 생각만 가득하면 압박감과 불안감만 들 것이다.


그러지 말고, 공부할 때 드는 감정을 똑바로 인지해야한다. 어느 정도 흥미를 느끼는지, 재미있는지 없는지, 이런 감정을 곰곰히 느껴본다. 그리고 공부가 잘 안될 때 느끼는 답답함도 그대로 인정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도 그대로 인정하고 똑바로 바라본다.


살면서 단일한 감정만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기에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을 모두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불편한 감정을 억눌러버리면 오히려 그것에 지배당하게 되는 것 같다.

아무튼 나는 마음챙김이라는 유용한 도구를 통해서 삶을 좀 깔끔하고 유연하게 살아가고 싶다. 불안에 휘둘러셔 자꾸 일을 벌리고 불안한 시간이 길어지니까 짜증이 난다. 조금 두려워도 포기할 건 포기하고 좀 더 단순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