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태스킹은 악마란다. 회사에서 30분만 메신저, 메일, 푸시 알림 무시하면 일 안 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마당에.
인간은 간단한 멀티태스킹만 가능하고, 멀티태스킹을 해서 여러분들의 집중력은 흐려졌다며 정상적인 '생활인'을 살짝 기분 나쁘게 나무란다. 뇌가 망가진다는 협박도 곁들여서.
그럴 리가 없다. 음악을 들으면서 빨래를 개는데? 아내랑 걸으면서 싸우고, 밥 먹을 때 항상 TV를 보는데? 멀티태스킹이 인지 능력을 높인다는 논문도 있을 것이고(“무조건 있다”에 백만 원쯤만 걸어도 좋다).
멀티태스킹을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일상이 다소 한가하거나, 원래 명상이나 기도를 하는 것이 직업인 분들일텐데, 요즘은 서로서로 유튜브를 보면서 서로서로 세뇌시키며 그냥 그렇겠지 말하는, 스스로를 소위 '뇌과학자'라고 브랜딩한 부류들도 새롭게 등장했다.
멀티태스킹에 관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시대가 많이 변했다.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한 환경은 점점 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업무와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멀티태스킹은 필수적인 능력이 되어버렸다.
멀티태스킹은 정말 악마일까? 피할 수 없는 현실의 일부가 악마라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멀티태스킹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좋게 말하면 멀티태스킹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업무 이메일을 확인하면서 전화 통화를 하거나, 운동하면서 오디오북을 듣는 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해 준다. 옛날에 도자기를 빚으면서 데이트하는 영화도 있었다. 다양한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건 인간의 타고난 행동 양식이며 컴퓨터의 멀티태스킹(하나의 작업을 하다가 잠시 다른 작업을 하고 사람이 눈치 못 채게 또 돌아온다는)과는 “끕”이 다르다.
그 많은 학자들이 뭐라고 뭐라고 하는 건 아마 메일이나 문자의 방해로 공부에 몰입하지 못했던 자신들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다 보면 한 가지 일에 깊이 몰입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데, 그렇게까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할 이유는 없다. 회사에서는 문서 작업에 몰입하다가, 사장님이 불렀는데 대답 못하면 그게 낭패다.
멀티태스킹은 현대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악마로 여기기보다는, 죄책감을 느끼기보다는,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방법을 찾으면 된다. 제발 이것저것 잘하고 있는 사람들(특히, 안 그래도 억울하게 욕 많이 먹고 있는 MZ 세대들)한테 어른들이 대충 대충 조언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엄 박사의 신조어. 마음껏 가져다 쓰세요. (출처: 엄태경 박사. 2024년 7월 6일)
1. Dynamic Cognition(역동적 인지)
유연하고 적응력 있는 정신 능력을 의미하며, 멀티태스킹과 깊은 집중 사이를 매끄럽게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2. Cognitive Versatility(인지적 다능): 여러 작업을 능숙하게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강한 집중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한다.
3. Adaptive Focus Mastery(적응적 집중 숙련): 폭넓은 멀티태스킹과 좁은 범위의 깊은 집중 사이에서 집중을 조절하는 능력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