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도 학령인구도 감소한다는데 영어 유치원의 인기는 수그러들 줄 모른다. 2018년 전국 560여 개였던 영어 유치원이 2023년에는 840개로 5년 만에 1.5배 증가했다고 한다. 평균 수업료는 연 1,500만 원 정도, 대학 등록금과 비교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우리 아이만 뒤처질까 불안해하는 부모의 마음이 보인다.
영어 유치원 보내야 할까?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영어 유치원은 아이들의 의사소통 의지(WTC: Willingness to Communicate)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외모가 조금 다른 원어민 선생님과의 자연스러운 대화, 영어 동화책 읽기, 노래 부르기 등의 활동을 통해 영어에 대한 두려움은 줄고 재미있는 추억을 갖게 될 것이다. 단순히 시험 점수에 집중하고 커서 전공 책이나 좀 읽으면 된다는 식의 영어 교육과는 확연히 다른 접근이다.
단점도 무시할 수 없다. 가장 큰 우려는 모국어 발달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이다. 생각이 자라면서 어휘도 함께 폭발하는 시기에 모국어 사용을 금지하고 영어와 보디랭귀지만 써야 하는 인위적인 환경에서 표현력 발달은 저해될 수 있다. 바이링구얼(Bilingual, 이중언어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어도 한국어도 어눌한 에이링구얼(Alingual, 모국어가 없는 사람)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A-”는 ‘0’, ‘없음’을 의미).
유아기의 영어 학습은 중·고등학교 입시 영어나 성인 영어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설명하려면 다소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예시를 들어야 할 만큼 아주 다른 ‘장르’ 임을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그림책, 챕터북에서 배운 어휘가 내신과 수능에 필요한 어휘는 아닌 경우가 많고, 문법 지식이나 학술적 영어 능력(CALP: Cognitive Academic Language Proficiency)을 키우기 위해서는 별도의 학습이 필요하다.
영어 유치원이 필요한가에 대한 답은 각 가정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만약 자녀가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길 바라고 한국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기를 원한다면 영어 유치원이 당연히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물론 수업료를 지불하는 것에 별다른 부담이 없다면 말이다.
단순히 학교 시험이나 입시가 목표라면, 설령 "SKY", "설카포"가 목표라 해도 영어 유치원은 필요치 않다. 오히려 교과 공부, 독서, 운동, 기타 여가 활동의 '세련된' 조합이 진학에도 훨씬 더 유리하다. 수능에서도 더 중요한 과목을 굳이 말하라면 영어가 아니라 수학이다.
영어 유치원에 보낼지 일반 유치원에서 영어를 약간만 접하게 할지에 관한 결정은 부모가 처음인 모두에게 어려운 결정인 것 같다. 나는 조기 영어 교육 전공자이긴 해도 생각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서 모국어 발달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만큼은 확고하다. CALP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한국의 교과 영어, 입시 영어는 앞으로도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영어 유치원에 아이를 집어넣어 놓고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안도하는 부모의 교육 방식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내가 너무나 의지하고 있는, 똑똑한 대학생이 된 우리 딸도 영어 유치원에는 다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