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생들은 영어 공부를 보통 교실 안에서 하고, 일상에서는 영어를 하지 않아도 사는 데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습니다. 하지만 필리핀에서는 타갈로그어(Tagalog Language)와 같은 자국 언어와 영어가 교실 밖에서도 함께 사용되고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면 생업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과 필리핀 두 나라 모두에서 영어는 모국어가 아니지만 그 지위에 있어 차이를 보입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경우, 사용 환경의 차이에 따라 ‘외국어’로 불리기도 하고 ‘제2 언어’라 불리기도 합니다. 모국어가 한국어인 사람이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하면 ‘외국어로서의 영어(English as a Foreign Language)’를 학습하게 되고 ‘이에프엘(EFL) 환경’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만약 교실 밖에서 영어와 자국어가 함께 사용되는 경우, 영어는 외국어가 아닌 ‘제2 언어(English as a Second Language)’로서의 지위를 갖게 됩니다. 필리핀과 같은 나라를 바로 ‘이에스엘(ESL) 환경’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조금 다른 경우이긴 하지만 한국 학생이 미국, 영국과 같은 나라로 몇 달간 어학연수를 떠나 영어를 배울 때도 ESL 환경에서 영어를 학습하고 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고요.
EFL 환경인 한국에 있는 (특히 영, 유아 대상) 영어 학원에서 ESL 교육을 위해 만든 교재와 교수법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아니면 애당초 원어민 선생님이 있다는 의미로 ESL을 '선언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요. 학원 프로그램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미국 교육과정이 반영된 교과서가 학원에서 그대로 사용되거나, 영미권의 시각에서 기술된 역사와 문화를 어린 학습자들이 여과 없이 배우게 되는 것도 한국 영어 교육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희한한 풍경입니다.